기분좋은 이야기긴 하지만 일면,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혹시 KLDP에 실제로 참여하여 문서를 번역하거나 창작 원고를 보내주신 분들이라면 linuxdoc sgml,
docbook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애초에 linuxdoc sgml은 LDP(Linux
Documentation Project)에서 특정 프로그램에 종속되어 있지 않은 txt, html, ps 등의 포맷으로 문서를
제작하기 위해 새롭게 정의한 DTD의 일종입니다. HTML과 비슷한 형태로 소스를 한번 만들어 두면 sgmltool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위에 말씀드린 여러가지 포맷의 문서들을 자동으로 생성해 주지요. 그런데 이게 문제가 좀 있습니다. 한글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와, 번역자를 명시하기 위해 따로 정의된 태그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최준호씨가 일본 사람의 패치를 참고하여
한글처리 부분을 수정하고 번역자를 명시할 수 있는 태그를 추가하여 몇년째 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linuxdoc
sgml DTD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LDP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낸 것으로서(물론 이것도 어느 DTD를 참고해서 만든 것이긴
합니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네요.) 최근에는 DocBook라는 포맷으로 전환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DocBook은
linuxdoc 보다는 좀더 “일반적” 입니다. 컴퓨터/기술 문서를 작성하는데 필요한 많은 태그들이 세세하게 정의되어
있지요. 태그가 많은 만큼 기능도 많지만 그에 따라서 처음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더 걸립니다.
그런데 이 DocBook에서도 번역자를 명시하기 위해 특별히 정의된 태그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박용주님이 http://docs.kldp.org
를 만들면서 DocBook의 스타일시트를 조금 고쳐서 특정 태그를 번역자를 위한 태그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쳤으며 그 외 다른
내용들 역시 약간의 수정을 가하였지요. 그리고 이를 kldp.dsl이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에서 배포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아시겠지만 KLDP는 애초에 하우투 문서들을 번역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 졌지요. 그리고 지금껏….가장 기본적인 문서
변환 작업에 사용하는 표준 포맷에 가장 기본적으로 명시가 되어야 할 번역자를 위한 태그가 아직 없다는 사실 때문에
linuxdoc sgml DTD도 따로 만들고 DocBook 스타일시트도 따로 만들게 된겁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이정도로 작업을 하는 곳은 별로 없거든요. 대부분 원본의 원 저자 이름 옆에 번역자의 이름을 나란히 넣어 버리거나
아니면 다른 부분에 그냥 대충 추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KLDP도 그런 식으로 작업이 된 경우가 종종 있구요.
그러다 그저께였나…DocBook으로의 전환을 위해 http://docs.kldp.org
에서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여러가지를 의논하던 중 번역자를 위한 태그가 정말로 없는 것일까(DocBook에는 태그가 아주
많습니다.)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처리를 하는지도 알고 싶어서 LDP의 메일링 리스트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몇년째
이렇게 따로 태그까지 추가해 가면서 작업을 하다가 거의 처음으로 KLDP 작업에 대해 직접 메일을 보내본 겁니다.
“우리는 너네들 HOWTO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참여율이 매우 높다. 그런데 번역자를 명시하는 방법이 없어서 우리가 따로 작업을 해 왔는데 혹시 DocBook에서는 그런 방법이 없느냐? 만약 없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
한국 말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느냐?”
이런 취지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이틀도 되지 않아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요.
-LDP에는 Author Guide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처음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인데 이곳에 번역자를 위한 섹션이 추가되기로 했고 이미 베타 샘플까지 나왔습니다. 이틀 사이에!
-DocBook에도 역시 번역자를 위한 태그를 DocBook에 정식으로 넣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존에 작업하던 linuxdoc sgml의 DTD에 최준호씨가 번역자를 위해 따로 추가한 , 태그를 linuxdoc sgml
DTD를 개정하여 정식으로 추가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패치를 처음 만들었던 일본 사람에게까지 이미 연락이 되었지요.
제가 평소에 마음속으로만 생각해 왔던 궁금증, 그것도 KLDP를 몇년째 운영하면서 그냥 머리속에서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필요성을 실제로 풀어놓자 너무도 빨리 실현이 되어 버린 겁니다. 몇년동안의 궁금증과 바램(?)이 단 이틀만에 풀려버린 거지요.
참으로 기쁜 일이긴 하지만 일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왜 진작에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동네(?) 사람들은 좀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좀더 넓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
자기가 발견한 문제점들은 실제로 경험한 사람이 알려주기 전에는 개발자가 미리 알수가 없습니다. 조그만 것이라도 바로바로
알려주고, 자기가 할수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을 들여서 개발자에게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전혀 어려운게 아니죠. 그러한 관심
자체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흥미거리인 것이고 이동네(?)가 굴러가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저처럼 오랫동안 머릿속에다 어렴풋하게 생각을 담아두지 마시고 바로바로 표현을 하십시오. 생각보다 훨씬 빨리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경우를 분명 경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멀리서 찾으실 필요도 없이 가까운 곳을 둘러보아도 여러분의 손길을 기다리는 프로젝트는 수도없이 많습니다. 단순한
사용자에서, 남에게 도움도 되고 스스로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거듭날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다는 얘깁니다.
부디 자신의 관심과 흥미가 끌리는 곳에 참여하시고…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해주십시오.
그러다 보면 저처럼 이렇게 감동하는 날도 언젠가 분명히 올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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