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 어떻게 이 책을 읽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책을 읽게 된 시기는 약 한달 전이다.
공휴일이었던가, 평일이었던가. 그날 회사는 텅 비어 있었다.

나 혼자 사무실을 오가다가 사내 도서관에서 잠시 라면을 먹을 때였다.
원래 나는 라면을 먹을때면 도서관에서 먹지 않고 테라스에서 먹는 쪽을 택한다.
그런데 그 날 딱 한번 도서관에서 라면을 먹게 되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한 손에는 라면을 들고 도서관을 서성이며 이 책, 저 책을 보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being digital”

이상한 책이었다.
겉표지는 은색하드커버에 제목이 쓰여져 있었는데 이상하게 출판사 이름이나 저자 혹은 옮긴이의 이름은 나타나 있지 않았다.
이상했다.

무심코 책을 집어 몇장 넘겨 보았다.
저자가 MIT 미디어 랩의 소장이란다.
순간 내가 알고 있는 MIT 미디어 랩의 소장의 이름이 생각나서 저자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Nicholas Negroponte”

역시였다.
그 사람이었다.

OLPC(One Laptop Per Child : 어린이 한명에 노트북 하나) 운동을 전개하고 여러가지로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그 사람.
그 사람의 책이었다.

책이 굉장히 옛날에 만들어진듯한 느낌이 들어서 출판 연도를 살펴보았다.
1995년.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에 만들어진 책.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로 보아 그렇게 베스트 셀러 같아 보이진 않았다(외국에서는 베스트 셀러였단다.. 하지만 국내에서는.-_-;;)

도서 대출 신청을 하면서 굉장히 신기한 느낌이 들었었다.
무려 16년 동안의 시간을 거쳐 나에게 이 책이 오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많은 시간과 일들을 겪으면서 비로소 나에게 보이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모든 책들도 다 같은 이유로 나에게 읽혀지고, 이곳 도서관에 꽂혀있겠지만.. 유난히 이 책에대해서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 신기했다.

그렇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좀 어려웠다.
약 16년전에 쓰여진 앞으로의 IT 발전 방향과 미래 전망에 관한 글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책에서 기술한 내용 대부분이 현재에 사용되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단, 아직 용어 자체가 정리가 안된 시점이어서 그랬을까, 번역상에 약간 오류가 있는 듯 했다.

그 부분만 빼고는 괜찮았다.
내가 전공한 부분과는 다른 분야에서 바라본 IT 의 미래여서 약간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여기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 아마..지금의 어떤 기술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하다.. 라는 상상을 하면서 조금씩 읽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데 한달정도 걸린듯 하다.

이 책을 읽을 때 즈음 현대의 IT 기술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과 비교를 하며 읽으니 그것또한 재미이기도 했고.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부분. 🙂

To Elaine
who has put up with my being digital for exactly 11111 years.

엘렌느,
꼭 11111년 동안 내가 디지털이 되는 걸 인내해 온 당신에게.

11111 년이면 몇살일까?
-> 답 31살.  🙂

Tags: ,

Leave a Reply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