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극장에 붙여진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진 책.

사내에는 캣츠(Cats),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 미스 사이공(Miss Saigon).. 그리고 로드(The Road) 의 이름을 가진 회의실과 극장이 있다. 로드는 모르겠지만 미스 사이공과 캣츠, 그리고레 미제라블은 이미 뮤지컬로 널리 알려진 이름이다.

어느 하나도 직접 뮤지컬로 본 적은 없었지만, 뮤지컬에 삽입된 음악..캣츠의 Memory, 레 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 은 나를 감동으로 가득차게 만들었었다.

그래서 아마 ‘로드’ 역시 정말 감동으로 가득찬 뮤지컬의 제목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사실 ‘로드’라는 제목은 회사 제품 런칭 행사때 공연한 뮤지컬의 제목과도 같다. 나는 책을 고를 때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어두웠다. 이렇게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 있을까!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느 한 부분도 주인공의 웃음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
그들은 책 이야기 내내 항상 굶주리고, 추위에 떨고, 비에 젖으며, 찌는 듯한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린다.

밝은 미래는 커녕 내일도 살아갈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책에는 대화가 없다.

쌍 따옴표(“”)로 나타내는 대화는 단 한줄도 없다.
아버지와 아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있지만 말을 통해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닌 그저 몸짓이나 다른 교감을 통해 짤막짤막한 의미를 주고 받는 것 처럼 보여진다.
뭔가 낭만적으로 느껴질법도 하지만 그 쌍따옴표가 없는 짧디 짧은 대화는 말할 힘이 없어 그저 겨우겨우 의미를 전달하는 듯이 보여진다. 정말 암울하다.

주인공인 아버지와 아들은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고통받으며 살아간다.
아버지는 자신이 죽을 것에 대비하여 아들에게 자신이 죽은 다음에 할일을 가르친다.

그것은 자살하는 법.. 어떻게 하면 고통없이 짧은 시간에 자살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르친다.

총에 남아있는 마지막 총알 한발은 자신이 아닌 아들의 마지막을 위한 것…

도대체 작가는 이렇게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것은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세상, 모든것이 불타 없어진 세상, 산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그래도 꿋꿋이 살아간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자신의 단 하나뿐인 희망으로 여긴다.
무엇을 하더라도 자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아들을 생각하며 아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수십 번, 수백 번, 아니 그 몇번을 생각해도 아버지는 자신이 아닌 아들을 위해 그 우울한 세상에서 살아남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 정도로 우울한 세상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라고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본 듯한 이미지가 생각이 나서 찾아보았다.
역시 이 책의 영화 버전이 있었다. 정말 책에서 느껴진 이미지 그대로였다.

관련 자료 : http://en.wikipedia.org/wiki/The_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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