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에는 프라하의 봄이라고 나와있지만 실제 원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우연하게 시작된 안토니오와의 대화에서 시작된 이 책(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에게 DVD를 빌려서 보게까지 되었다.

이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약간의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 두번… 이 책을 읽기 위해 도전했다가 실패했었다.그곳에 이 책이 왜 있었을까? 누가 이 책을 읽고 그 자리에 놓아두어 나로 하여금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을까?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명도 그렇고, 책 제목도 그렇고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러시아 사람일까? 책은 어떤 내용을까?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활자로 된 읽을 거리가 참으로 부족했던 공간인 군대에서도 이 책만큼은 그리 손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아니 어려웠다. 너무 어려웠다. 번역본이어서 그랬을까 문장 자체가 이해되기 힘들었고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원서였다면 한글자도 못 읽었을것이다..
그렇게 두번정도를 이책에 도전하고 차마 10페이지도 넘기지 못한채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랬던 작품을 이번에 다시금 보게 되었다. 책이 아닌 영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가 없단다. 존재의 가벼움을. 참으로 이상한 제목이다.
아니 멋들어진 느낌이 난다.  그리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리는 흔히 존재감이라는 느낌을 있다/없다로 표현한다. 그런데 가볍단다. 그리고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영화는 체코에서 시작한다. 바람둥이 의사 토마스와 그의 여자친구 세리나. 그리고 그의 아내 테레사, 세레나를 사랑하는 프란츠.. 토마스와 테레사의 유일한 가족 강아지 카레닌.

영화 속 인물들은 참으로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카레닌을 제외하고). 그리고 시대적 배경도.. “프라하의 봄”이라고 적혀있는 DVD 타이틀 때문에 오해를 했다. 사실 프라하의 봄이란 체코에서 일어난 정치 혁명을 뜻한다(http://en.wikipedia.org/wiki/Prague_Spring).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극중 인물들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무려 3시간동안 계속 된다. 자세한 영화의 내용보다는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가슴아팠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 결말…

끝없이 이어진 길. 길 주위로는 가로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른 아침. 길에는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고 조금씩 보슬비도 내리고 있다. 토마스와 테레사는 차를 타고 가고 있다. 테레사는 사랑하는 토마스에게 머리를 기대며 미소를 짓고 있고 토마스는 운전을 하며 “행복…” 이라는 말을 한다. 차장 너머 저 멀리에는 아름다운 햇살이 구름을 뚫고 길가를 비추고 있다. 그리고 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그 다음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끝없이 이어진 길을 달리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언제까지고 이 행복이 계속되는 것을 암시하는 듯..

결코 찾아오지 않는 프라하의 봄. 인생의 봄. 어디에서도 진실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었던 주인공들. 때문에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은 더욱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비록 내가 잘못 이해한 제목이긴 하지만 정말 그 제목때문에 영화를 더 가슴아프게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기억에 남는 토마스의 대사.

“Take off your clot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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