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날이 밝았다. 오전7시 – 서둘러 PC방을 나와서 광주학생운동기념공원(?)으로 향한다.

광주에서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이곳을 떠나기 전에 눈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운동기념관 입구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어떤 건물이 있다. 아마도 전시관일테라…하지만 그리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근처에 기념탑만 보고 서둘러 나왔다.

광주학생운동기념탑

우리는 피끓는 학생이다.

오직 바른길만이

우리의 생명이다.

….기념탑에 적힌 문구가 감동을 준다. 조금 눈시울이 붉어진다.

광주학생운동의 의의

기념탑 정면에는 광주학생운동의 내용이 양각으로 패여있었다. 왜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가야만 했는지…그리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목이터져라 만세를 외쳤는지..

어느정도 더 둘러보다가 공원을 나선다. 다음 목적지 ‘화순’을 향해서 걷는다. 눈에 익은 건물들이 뒤로 지나간다.

대한민국 어느곳에서도 다 볼 수 있는 건물과 풍경이지만 여행자의 눈으로 봐서일까…웬지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무언가를 먹고있는 학

자연과 도시의 조화라 할까나…

일단은 광주도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다시 길을 물어 ‘화순’으로 갈 예정이다. 그러다 금남로4가 역앞에서 어떤 분수가 눈에 들어온다.

금남로4가 역앞 분수

조금더 걸으니 광주도청에 도착이다. 광주시청앞에는 어떤 큰 종이 있다. ‘민족의 종’이란다.

민족의 종

도청앞에도 큰 분수가 있다. 광주에는 분수가 많은 것 같다.

도청앞 분수

길을 가다 보니 문방구가 있다. 간단한 필기구와 여행용 지도를 산다. 지도에는 상세한 부분은 안나오고 국도와 철도 고속도로등등..만 나온다.

‘화순’으로 가기위해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니 참 친절하게 알려준다. 광주 사투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귀가 심심하다. 준비해온 라디오를 꺼낸다. 이게 웬일….고장이다. 웃음이 나온다. 예전 리눅스 월드 행사때 경품으로 받은건데 개시부터 고장이다.

고장난 라디오

부지런히 걷는다. 날씨는 서늘한편. 전날에 비가 와서 그런지 하늘에는 연신 구름이 껴있다. 태양빛을 다 막아준다. 고맙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도로옆에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쁘게도 피었다.

길옆에 핀 예쁜꽃

점심때쯤이 가까워오니 슬슬 광주도 끝이 보인다. 너릿재터널…저곳만 넘으면 광주는 끝이다.

너릿재 터널 400M 전

광주의 끝이다 지금부터는 ‘화순’이다. 해태 동상이 귀엽게 느껴진다.

광주를 넘어가며…

너릿재 터널…터널이 참 아담하다.

너릿재 터널

터널을 빠져 나오니 쭈욱 뻗은 도로가 맞이한다. 근처에 인가라고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얼마쯤 걸었을까…저쪽 앞에서 어떤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온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도로는 아닌데…한눈에 알아본다. 그도 역시 여행중이다.

“수고하세요.”

“네, 수고하세요.”

다른말은 필요없다.

걷다보니 발이아프다. 이런…아직 샌달을 신고있었다. 서둘러 신발을 바꿔신는다.

신발을 바꿔신자.

도로에는 터널이 많이 뚫려있다. 터널을 지날때면 항상 긴장을 한다. 위험하다.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전혀 안돼있다.

하지만 장점도 있는것이…차들이 속도를 내면서 지나가면 엄청난 바람이 몸을 시원하게 해준다. 기분이 좋다.

터널 속의 도로 옆쪽으로는 먼지가 굉장히 많이 쌓여있다. 발을 밟으면 먼지위로 발자국이 찍힐정도다. 길을보니 내 발자국이 아닌 발자국이 찍혀있다.

수많은 도보여행객들이 이길을 지나갔는가 보다. 다행이다. 긿을 잃어버리진 않았구나.

가진것은 지도뿐이어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항상 물어물어 길을 가야한다. 하지만 그것도 이처럼 도로만 계속 나오면 사람만나기가 쉽지않다.

구암터널

천덕1터널

딱 느낌에 2터널도 있겠구나 싶었다.

천덕2터널

천덕1터널 옆에 있는 원두막

지금도 사용할려나?

운농터널

매미가 있다.(어디에???)

조그만 녀석이 굉장하다. 귀가 울릴정도로 소리를 질러댄다.

길에는 찍혀죽은 풍뎅이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주위에 산과  나무가 많아서 그런것 같다. 재미난것이 보인다.

죽은 풍뎅이를 여치 한마리가 뜯어먹고 있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폰을 가까이 대도 먹는데 열중이다. 여치의 큰 턱도 풍뎅이의 껍질은 어쩔수 없는가보다. 껍집은 차마 못먹고 안쪽부분만 뜯어먹는다. 사진을 찍고 바로 옆으로 지나가도 녀석은 오로지 먹기만 한다. 대단한 식욕이다.

식욕왕성 여치

오후 2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을에 도착했다. 읍내인것 같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식당을 고를때는 조심해서 골라야 한다.

허름한곳으로 가야 밥도 많이 얻고 반찬도 많이 준다. 할머니가 운영하는 가게라면 더욱 더 좋다.

국밥집으로 간다. 순대국밥 한그릇에 4000원. 전라도의 순대국밥은 맛이 어떠할까? 40000원짜리 국밥맛이다.

40000원짜리 순대국밥

이곳에서 잠시 여행 정비를 한다. 물을 챙기고 수건도 한번빤다. 준희형이 준 해군 수건이 참 마음에 든다. 이번여행내내 내 머리를 적셔주었다.

옆에서 밥을 먹던 어떤 아저씨 한분이 어디까지 가냐고 묻는다.

“부산까지요!!!”

…..아직까지는 호기롭다.

할머니께 길을 묻고 다시 길을 떠난다.

길가다가 한컷!

읍내 끝자락 철물점에서 밀집모자를 산다. 지금 쓰고 다니는 모자는 챙이 너무 작아 여행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지금부터 내 머리맡은 밀집모자가 점령한다.

모자쓰고 한컷

얼마후에는 위의 사진처럼 저 수건을 계속 두건처럼 쓰고다녔다.

점점 날이 어두워진다. 아직 잘곳을 정하지 못했다.

큰일이다. 마을도 안보인다. 저녁도 먹어야 하는데 계속 도로만 보인다.

밤 8시가 넘어서야 겨우 마을이 보인다. 아리형한테 전화를 해서 이제야 겨우 마을이 보인다고 신이나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아리형이 시골에는 식당이 일찍 문을 닫는단다. 정말일까?

식당을 찾는다. 식당은 찾았지만 문이 닫혔다. 큰일이다. 민박집도 찾을수가 없다.

근처에는 파출소가 있다. 염치불구하고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한다.

“잘곳이 없어서 그런데 오늘 하루 쉬었다 갈수 있을까요?”

“괜찮습니다. 어서 오세요.”

고맙다. 파출소에 물어 아직 운영하고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지나쳤던 곳인데…간판은 정육점이요, 내용물을 식당이었다.

당연히 몰랐다.

파출소에서 샤워도 하고 다리에 뭉친 근육도 푼다. 그리고 오늘 하루 걸은 거리를 지도에 표시한다. 뿌듯하다.

여행 첫날부터 파출소에서 잠을 자다니….예상외의 전개다.

점점 더 재미있어질것 같다. 몸이 나른하다.

귀에는 기분좋은 자장가가 들려온다. 코로는 향긋한 내음이 밀려든다. 창문으로는 지나가던 바람이 고개를 내민다.

…..그렇게 여행의 첫날밤은 깊어만 간다.

오늘 하루 고생한 발과 다리.

다음날도 부탁하마.

파출소에서 자게될 줄은 몰랐다.

시작부터 Event다

동복파출소. 이 여행을 생각하면 꼭 떠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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