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1 (일) (여행 육일째)

푸에르토 갈레라 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나설려는데 호텔 사장이 이야기를 꺼낸다. 여행은 몇일동안 하느냐? 어디부터 왔느냐…등등
 간단히 이야기를 하려는데 대화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서로가 대화하기를 재밌어하니 끊어질리가 없다. 정신없이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8시가 다 되어간다. 서둘러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호텔아저씨.JPG
 인상좋으신 주인집 아저씨(제일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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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Km…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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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의 날씨.. 비오기 직전의 모습이다.

 시
작과 동시에 엄청난 비포장 도로가 우리를 반겨준다. 단순한 비포장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간밤에 비까지 내린터라 진흙탕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다녀간 자동차 바퀴에 곱게 빻인 모래와 흙들이 빗물을 가득 머금고 수렁이 되어 마치 늪지처럼 자전거의 바퀴를 감싸안는다.
이제야 제대로된 난코스를 만난 것이다.

 작년 여름에 했던 강원도 자전거 여행길에 만난 우리나라의 비포장도로는 여기에 비하면 굉장한 양반격. 다들 처음 겪는 진흙탕길에 기어를 최대한으로 올려놓고 용을 쓴다. 게다가…비는 아직도 계속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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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도면 아주 좋은 길에 속한다.(비포장도로 중에서)

 중
간에 멈춰서면 신발이 수렁에 빠져 진흙 범벅이 되는 상황. 어떻게든 멈추지않고 있는 힘껏 달려보지만 다들 한번씩은 신발에 누런색
칠을 한다. 하긴, 차도 바퀴가 빠져서 못나갈 정도였는데.. 발하나 빠지는 정도면 차에 비하면 싸게 먹힌 편이다.

 중간에 만난 시원한 폭포!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8~10 Km 쯤을 달렸을까.. 비포장 도로의 끝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늘씬하게 잘빠진 포장도로다.
 비포장 도로를 빠져나와 한숨을 돌리니 이제는 배가 고프다. 근처 가까운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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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죽는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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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어 죽는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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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라~~

 밥을 먹고 일어서니 이게 웬걸… 앞 타이어의 바람이 빠져있다. 이런… 그래도 진흙탕 한가운데서 빵구가 안난것이 어디인가. 다행으로 생각한다. 식당 바로 옆에 볼카나이징 샵이있다. 바로 수리를 맡긴다.

 이게 몇번째야…

 필리핀에는 정말 많은 볼카나이징 샵이 있다. 자동차 타이어에 대충 흰색
페인트로 “Volcanizing” 이라고 큼직하게 쓰여있다. 거짓말 조금 보탠다면 필리핀 어느곳이든 펑크가 난 곳에서 10분에서
20분정도를 자전거를 끌고 걷는다면 반드시 보이는게 이 볼카나이징 샵이다. 그런데 한가지 웃긴것은…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볼카나이징 샵을 봤지만 간판의 생긴 모습이 다 똑같다는 것이다. 단지 틀린것이라면 “Volcanazing” 이라고 써놓은
타이어의 사이즈가 약간씩 다르다는 점이다. 가게가 좀 크면 큰 타이어, 작으면 좀 작은 타이어…ㅋㅋ

 배도 채웠겠다. 타이어도 때웠겠다. 신나게 달려본다. 아침에 진흙탕길에서 고생을 해서일까. 너무나도 도로가 좋다. 차도 없고, 주위로 나무들이 시원스럽게 올라와 있어서 그늘도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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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적응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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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목장갑이 좋아!

늦었다..JPG
 ㅋㅋㅋㅋㅋ

 하.
지.만. 대형 사고가 터졌다. 타이어가 찢어져 버린것. 자전거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급히 멈춰서 타이어를 확인했다.
타이어의 찢어진 틈새로 튜브가 비집고 나와있는 것. 처음 겪는 상황에 이게 뭘까…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갑자기
“뻥!” 이란 엄청난 소리와 함께 튜브가 터져버렸다. 순간 전부 깜놀. 타이어에 이어 튜브도 같이 터져버린 상황에 웃음밖에
안나온다. 솔직히 진짜 웃겼다.
 ㅋㅋㅋㅋㅋ 아놔 이젠 어떻게 가지.

 아놔.ㅋㅋㅋㅋㅋ 미치겄다.ㅋㅋㅋㅋ

 결국 지나가는 지프니를 잡아타고 칼라판(Calapan) 까지
가기로 결정한다. 그런데…문제가 있는것이 우리는 지프니 타는 법을 모른다는 것. 더욱이 지프니는 절대로 타지말라던 사람들의
말도 있다. “지프니는 외국인을 위한것이 아니라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말에서 풍겨지는 뉘앙스는 우리에게 가볍지 않은 공포를
심어주기 충분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된거 탈수밖에. 그리고, 필리핀까지 왔는데 지프니 한번 안타본다면 무슨 재미겠는가?

 자
전거를 끌고가며 지프니를 세워보려 했지만 모두가 허사. 그리고 자주 지나가지도 않는다. 시시콜콜한 농담이나 주고 받으며 자전거를
끌고 걸으니 이것또한 재미다. 주위에 보이는 바나나 나무들. 손만 뻗으면 딸 수있다. 실제로 몰래 따보기도 했다. 아직 익지를
않아서 먹지는 못했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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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음직 스러운 필리핀 바나나! 하지만 아직 덜 익었다는거~

 이렇게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결국에는 어느 상점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손수 지프니를 잡아준다. 무슨 특이한 방법이 있었는게 아니다. 단지, 필리핀어(따갈로그어)로 “Stop” 이라고 외친것 말고는….

 칼
라판(Calapan) 까지는 약 20Km… 그곳으로 향하는 지프니 안에서 한 여성분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말문을 트기 시작하더니 내릴때 즈음에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사이가 되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어 선물로 주면서 이순신장군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해주며, 학생들에게 한국에대해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랬더니 그건
물론이고 앞으로도 이 동전을 잘 간직하겠단다. 그리고 나중에 이곳을 들린다면 다시금 그 동전을 보여주어 약속을 지켰음을
확인시켜주겠단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이 너무나 좋다. 🙂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 선생님께서 우리가 받지못한 거스름돈을 대신 받아 주셨고, 근처 바이크 샵까지 에스코트까지 해주셨다.
 선생님 살라맛 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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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바이크 샵에서의 수리는 간단하게 끝이 났다. 그냥 모조리 바꿔버린 것. 여담이지만…이후로 타이어 관련된 고장은 한번도 없었다..
모처럼 도착한 바이크 샵에서 다들 자전거 수리에 여념이 없다. 특히 다들 브레이크가 녹아버려 새걸로 전부 교체를 한다. 브레이크가 녹아버린 모습은 처음이다.

 바이크 샵에서의 수리..

 자전거 수리를 끝내고 다시금 달린다.

 빵하나에 1페소! 10개를 사니 2개를 더 얹어준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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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하스까지 123키로!

 민
도로 섬에서의 자전거 라이딩은 정말 최고다. 아침에 있었던 진흙탕 코스도 지금와서 생각하면 적당히 괜찮은 느낌이다. 정말 힘이
들때쯤 코스가 끝이 나고, 중간에 아름다운 폭포도 나오고.. 그리고 시원하게 쫙 뻗은 도로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내륙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야자수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 모든것이 최고다. 특히나, 사람들이 염려하는 범죄 같은 위험성도
이곳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닐라에서 보았던 총을 든 가드(Guard)들은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닐라와 같이 큰 건물과 도로들이 그렇게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렇게 흥겨운 마음에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어느덧 6시. 해는 어둑어둑해지는데
아직 잘곳을 못 구했다. 도로의 모습을 보니 언제 호텔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밤이 점점 가까워 오지만 겁이 나지는 않는다.
이곳은 민도로 섬. 필리핀 여행 최초로 야간 라이딩을 시도해 본다. 물론, 호텔을 찾을때 까지만이다.

 민도로
섬에서의 야간 라이딩은 약간의 낭만이 넘친다. 가로등 하나없는 깜깜함과 차들이 다니지 않는 도로, 빽빽히 들어선 야자수에 비치는
자전거 전향등은 어느정도 짜릿함과 스릴감을 맛보게 해준다. 그리고 정말 무서운 개(Dog)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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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 겁먹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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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거북이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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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야간 라이딩!

 조심조심 하지만 어느정도의 속도는 내면서 도로를 달려가는데 어디선가 개짓는 소리가 들린다. 근처에 개가 있구나 싶은데…. 점점 소리가 커져온다. 뒤에서 선배가 외친다.
 “야! 튀어!”
 
 순
간 소름이 돋는다! 개들이 뒤에서 쫒아오고 있다! 한마리가 아니다! 태운이는 놀래서 약간 기우뚱하기도 한다. 다들 전속력이다.
모두들 도망치기 바쁘다. 잠시뒤에 개들도 지쳤는지 이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때서야 다들 마음놓고 한바탕 웃는다. 깜깜한
도로위로 웃음소리가 퍼져나간다. 생각해보라. 언제 이런경험 해보겠는가?
 
 결국 소코로(Socorro)라는 지방에서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8시가 넘어선 시각. Kafe De Oro 라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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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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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은 이런느낌… 하지만 우리가 묶은 곳은 사진에 안보이는 쪽에 있다. 사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의 건물에서 잤다.

 방값은 12시간에 550페소. 여기에 100페소를 보태면 샤워실 옆에 있는 큼직한 수영장에 물도 채워준단다. 수영장에 물을 채워면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이미 몸이 파김치인걸.. 그냥 방만 빌리기로 한다. 에고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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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수증. 하룻밤에 550페소(우리돈 165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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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필리핀 라면! 뭔가 우리나라랑 상당히 다르다..

 샤워장에서 몸을 씻으며 오늘 자전거를 달리며 몸에 묻은 진흙을 털어낸다. 하지만 아무리 문질러도 떨어지지 않는 진흙. 결국 여행내내 이 진흙들을 달고 다녔다.

 후배 태운이의 빅뱅7 자전거… 이번 여행을 위해 큰맘먹고 구입한 새삥자전거인데… 오늘 라이딩으로 완벽한 중고가 되었다.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0 (토) (여행 오일째)

 전날 너무 달려서일까… 아침부터 몸이 찌뿌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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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못차리고 있다…

 오늘은 어떻게든 푸에르토 갈레라 너머까지 갈 예정이다. 서둘러 바탕가스 포트로 향한다. 배 시간을 알아보니 오후 1시쯤에 있단다.
 근처 식당에서 밥부터 먹는다.

 점심을 먹고 배에 탔는데 이상하다.. 티켓을 끊는 곳이 없는것.
 항
구에 들어오기 위해 terminal fee 라는 항구 이용료(?)로 50페소(우리돈 1500원) 씩을 냈는데(1명당) 배삯으로는
너무 싼 것. 분명히 terminal fee라고 했으니 따로이 배 티켓을 끊는 곳이 있을 터인데 안보인다..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이것만 있으면 충분하냐고 물어보니 충분하단다. 약간 불안하긴했지만 이것만 있으면 된다는데 그냥 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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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좀 해~. 우린 안에서 쉴께.

 배안에서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가족끼리 필리핀으로 놀러왔단다. 지금은 사방비치로 향하는 중이란다. 밴을 렌트해서 배안에 싣고 가는데 자기들도 아직 티켓을 못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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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탕가스 포트. 항구 자체는 그리 큰 편이 아니었다. 배도 많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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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을 기다리며 한껏 포즈 샷.

 이윽고 배가 출발할때가 가까워지자 승무원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마다 표를 매긴다. 비로소 티켓을 사는 것이다.

 배가 출발하고 푸에르토 갈레라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2시간. 무엇을 하며 놀까…. 나는 배안을 뒤져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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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윈, 마르코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었다. 마르코와 다윈. 마르코는 웃는 얼굴이 참 멋있는 친구이고, 다윈은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친구다. 목적지로 향하는 2시간 내내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 세명이서 모여서 이야기를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바로 여자다.
 친구들이 묻기를,
 “한국 여자들은 어떤 남자를 좋아해?”
 – 돈 많고 키 큰 남자
 “여기랑 똑같네.”

 순간 빵 터진다. 서로들 킥킥 거리며 “여자들은 다 똑같애”라는 눈빛을 주고 받는다. ㅋㅋㅋㅋ

 배가 목적지에 가까워 지자 마르코가 아쉬운 얼굴로 무엇인가를 내 손에 쥐어준다.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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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적어준 마르코.

 E-mail 주소에 나는 웬지 모를 따뜻함을 느꼈다. 단순한 메일주소 하나지만 저 종이가 나에게 가져다 준 따뜻함은 평범한 그것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줄게 없을까.. 나도 뭔가를 하나 주고 싶다. 바로 생각나는 것이 있다. 동전이다.
 마르코에게 기념선물로 동전 하나를 건네 준다. 기쁜 표정으로 동전을 이리저리 돌려 본다. 그리고 그 동전을 볼때마다 나를 기억하겠다고 한다.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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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들 안녕! (사실 사진을 찍기는 배가 출항하기 전에 찍었다. 이때는 마르코와 친해지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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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지가 눈앞에 보인다. 저곳이 푸에르토 갈레라 항구. 엄청 작다.

 푸에르토 갈레라에 도착하여 마르코와 다윈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달리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오기전 이곳에 한국인 교회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잘만 된다면 오늘밤은 그곳에서 묶고 갈 예정이다.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지만..

 의외로 항구와 가까운 곳에 큰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물어보니 한국인 교회란다. 기쁜 마음으로 들어가서 한국인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한국인이 ‘세운’교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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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교회에서 결혼식이 있었다.

 그냥 계속 달리려는데… 비가온다.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약간 넘어선 시각. 어찌할까… 계속 달리기로 한다.

 하지만 얼마 안달려서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다. 타이어 돌아가는 모습이 심상치 않은것. 아무래도 휠이 나간것 같았다. 바퀴가 굴러가는 모습이 팔자걸음이다. 심하게 흔들린다.

 결국 갔던길 그대로 다시 돌아와 항구 근처의 호텔에서 1박을 하기로 한다.

 푸
에르토 갈레라의 주변은 유명한 해변가가 여럿있다. 그곳에 가볼까…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귀찮다. 그저 이왕 쉬기로 한거
오늘하루 푹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확실히 어제 너무 달렸다. (….후기를 쓰는 지금의 잎장은 어떻게든 한번쯤 가봤어야
했다…아까워라..)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밥이 너무 맛있다. 소고기 시즐링? 약간 달달한것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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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콤하면서도 달달한것이 우리 입맛에 딱이다. 비프 시즐링, 포크 시즐링, 치킨 시즐링.. 시즐링 시리즈는 다 맛있다.

 밥을 먹으면서 음식을 찍기위해 카메라를 꺼내드니 아가씨? 남자? 한명이 자기를 찍어달라고 한다. 찍고 나서 진짜 여자 맞냐고 물어보니 옆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웃으면서 한마디 한다. 
 “m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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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가슴까지 있었다… 약간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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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언제 찍은거야…ㅋㅋ

 호
텔은 굉장히 싸다. 하룻밤에 420페소. 우리돈 13000원 정도. 2인용 침대하나에 익스트라 베드(매트릭스) 하나를 공짜로
넣어 준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커피와 차가 공짜. 단지 흠이라면…에어컨이 없다는 것. 하지만 우리에게는 안성맞춤이다.

 2인용 침대하나.JPG
 2인용 침대 하나.

텐트위에 침낭을 널어놓은것.JPG
 익스트라 베드위에 가져온 텐트를 깔고 그위에 홀딱 젖은 침낭을 널어 놓는다. 텐트안은 약간 답답하긴 하지만 침낭을 말리려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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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도 부탁해!

커피와 차가 공짜.JPG
 커피와 차가 공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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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처 상점에서 산 쪽발이. 필리핀을 여행한다면 이거 하나쯤은 필수다.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9 (금) (여행 사일째)

늦잠이다. 너무도 편하게 자서일까. 일어나니 10시가 넘어있다. 마미의 아침먹으라는 소리에 깬다.
 햄을 구워주신다. 먹어보니 굉장히 맛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그런 맛의 햄이 아니다. 약간 더 달달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 입맛에 딱이다.
 아침을 먹고 짐들을 꾸리고 우리의 다음 목표지 바탕가스를 향한다.

마미가족들이랑.JPG
 떠나기전 마미네 가족들이랑… 대가족이다.

마미랑.JPG
 마미! 못 잊을꺼에요.
 
바탕가스로.JPG
 가자! 바탕가스로!

 바
탕가스로 향하던 중… 드디어 첫 빵구가 났다. 여행 이틀만에 벌써 빵구다. 패치로 때울려고 했으나, 빵구가 난 장소가 어느
마을의 시내. 마땅히 자리잡을 곳도 없어서 어느정도 시내를 빠져나간다음 정비를 하려고 했는데, 한 경찰관이 내 자전거를 보더니
어느 방향을 가르켜준다. Volcanizing shop 우리말로 풀어쓰면 화산열 가게?? 아무튼 빵꾸때우는 가게다.

 신
기한 방법으로 빵꾸를 때워준다. 고무 일부분을 잘라내어 패치처럼 튜브에 붙이더니 열로 지져서 마치 껌처럼 붙게한다. 튼튼해
보이는 것이 굉장히 믿음직스럽다. 공임비는 30페소(우리돈 900원). 싸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때 바가지를 썼다.
다른곳에서 빵구를 때웠을때는 15페소를 받았었다.ㅋㅋㅋ ㅠㅠ 내 15페소…

필리핀식 빵구 때우기!

 달리다 보니 갈증이 느껴진다. 근처 가게에서 음료수 사기로 한다.

 필리
핀에서의 가게(우리네 동네 수퍼)는 정말 많이 있다. 약간 뻥좀 친다면 한집 걸러 한집마다 가게가 있다. 근처에 보이는 적당한
가게에 가기로 한다. 그 곳에서 콜라는 산다. 콜라 한병의 가격은 7페소 ~ 11페소 (우리돈 300원 정도)이다. 약간
싼가격의 팝콜라(7페소)와 코카콜라(11페소)가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약간 오르기도 한다.(다른 섬의 경우 팝콜라가
9페소였다.) 값이 싸게 느껴지지만 양이 적다. 한병당 200ml 정도..

 여담이지만 이곳에서도 바가지를 썼다. ㅎㅎㅎ 한병씩을 마시고 나중에 한병을 더 시켰는데, 앞서 주문했던 콜라를 계산 안했다고 하는 것. 콜라는 2병씩을 마셨지만 3병씩의 값을 치른것. 에효…

 

 필리핀에서는 병 보증금이라는 것이 있다. 7페소라는 콜라 가격은 사실 콜라 액체만을 위한 가격이다. 병까지 들고 간다면 병 보증금 가격을 따로 내야한다. 그래서 다른곳으로 가져간다면 작은 봉투에 빨대와 콜라를 담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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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라, 달려!

다같이 한컷.JPG
 근사하게 폼좀 잡으며 한컷. 아~~ 빨간 목장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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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색 야자수. 신기하다.

신축중인 학교.JPG
 신축중인 어느 학교. 교회처럼 생긴 근사한 모습이다. 정말 간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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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레이드 행사중인 학생들. 잠깐 몇마디를 했을뿐인데 순식간에 모여든다. 복장이 근사하다.

오렌지맛쌍쌍바.JPG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 완전 오렌지맛 쌍쌍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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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탕가스 외곽쪽에 있던 SM몰(우리나가 **마트 같은 것. 정말 크다.) 오토바이가 정말 많다.

 얼
마를 달렸을까.. 어느덧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바탕가스에 도착한 것이다. 시간은 밤이되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다.
서둘러야 한다. 항구로 냉큼 달려가 배가 있냐고 물어본다. 내일 아침에야 돼야 배가 출발한단다. 근처의 호텔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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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다!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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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탕가스 포트.

 그
런데 호텔로 가는 도중에 또 펑크가 났다. 오늘 하루에만 벌써 두번째다. 두번다 뒷 타이어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아무래도
값싼 타이어라 그런것 같다. ’08년 여름 강원도로 떠난 자전거 여행에서 갈아끼운 만원짜리 타이어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후회가 된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밤이다. 호텔까지는 아직 먼거리. 더구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대충의
위치만 보고 가는 것이다. 필리핀 여행의 첫번째 금기수칙. “밤에는 돌아다니지 마라”. 그 금기를 지금 어기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타이어 펑크때문에 걷고 있다. 그런데 그닥 두렵지가 않다. 자전거 타이어 때울 걱정이 더 크다. 엄청 귀찮은 일이다.
지금에서야 느낀다. 귀차니즘은 두려움도 이겨낸다. ㅋㅋㅋㅋㅋ

 호텔에 도착하니, 방이 없단다. 아뿔싸…간신히 사정을 해서 어찌어찌 2인용 방을 구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난다. 한국인이다.

 영
남대학교 자원봉사팀이다. 봉사팀 부단장님이 말씀을 꺼내시니 Extra Bed(추가 침대. 매트를 추가로 깔아주는 것)도 공짜로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저녁밥도 얻어 먹을 수 있었다. 김치와 카레다. 한국떠난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김치 소리에 침이
넘어간다. 꼴깍꼴깍.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니 이곳에서 계속 봉사활동을 한단다. 온지는 이틀됐고… 우리랑 비슷한 날짜다. 앞으로 보름정도 더 머무르며 봉사활동을 한단다. 우리랑 비슷한 나이인데… 부러운 생각이 든다.

빵구빵구.JPG
 아놔. 나만 빵구야.

 저녁을 먹고 방에서 쉬고 있는데 건물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숙소 근처에 놀이공원이 있다. 서둘러 놀러간다~.

 처
음보는 필리핀의 놀이공원은 우리의 것과 비슷하다. 단지 틀린점은 시설이 노후화되고, 많지 않다는 것. 작은 규모의 놀이공원이라서
그럴까.. 청룡열차도 굉장히 작았다. 한번쯤 타볼려고 했으나 열차가 지나갈때마다 통째로 흔들리는 레일 프레임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

놀이공원.JPG
 지금은 2009년도인데.. ㅋ

 그
곳에서 우리의 이목을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돈먹고 돈먹기. 흡사 도박판처럼 보이는 이 게임들은 놀이공원에서 압도적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죄다 거기에 몰려있었다. 빙고, 칼라 게임, 돈 던지기 등등등… 돈을 걸고 이기면
돈을 따고 지면 돈을 잃는 게임이다.

 난 빙고게임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무슨 숫자를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ㅋㅋ

 한가지 특이한 점은
즐기러 온 사람들이 연인 사이보다 가족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가족들이 다함께 놀러와서 가볍게 즐기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 아빠, 자식들이 다같이 주루룩 앉아서 사행성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란…우리나라의 관점으로 본다면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빠져드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고 웃으면서 가볍게 즐기고 있었다. 거는 돈도 절대 많은
금액이 아니었고…

 그렇게 놀이공원에서 돌아와서 가볍게 산 미구엘 한병씩 마시고 잠으로 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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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이동한 길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8 (목) (여행 삼일째)

새벽 5시. 졸리기 보다는 긴장감이 앞선다. 낯선땅에서의 첫 라이딩.
지도 하나만을 의지하며 나선다.

서둘러 빨리 마닐라를 벗어나려는 마음과는 반대로 시작부터 삐걱댄다. 익숙하지 않는 주소 표기 방법들.
어제 하루동안 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마닐라를 벗어나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길묻기.JPG
처음이 힘들지…한번 말트기 시작하면 점점 길묻기에 재미를 느낀다.

스트리트와 애비뉴로 구성되는 마닐라 시내에서 한국인이 길 찾기란 까다로운 일이다.
열심히 달리고는 있지만 계속 제자리만 뱅뱅 도는 느낌이다. ….실제로도 돌고 있었고.

나의 트레이드 빨간 목장갑.JPG
빨간 목장갑은 나의 심볼! 값싸고, 질 좋고, 안 미끌어지고!

똑같은 장소만 3번째쯤 돌았을까… 설상가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쯤이야.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것.
상관없이 그냥 달린다. 그런데 가방에 방수커버를 씌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방이 쫄닥 젖었다.

아따 비많이 온다.JPG
비온다…또 비온다…

오전 10시까지 마닐라만 계속 뱅뱅 돌고 있던 것 같다. 건물앞에 서있는 가드(Guard)들에게 길을 물어보고 달린다. 하지만 역시 뱅뱅이 결국 12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마닐라 시내를 벗어난다.

더이상 시가지가 보이지 않고 쫙 뻗은 도로가 우리를 상쾌….하게 하지는 못했다.

필리핀의 대중교통수단…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참 많다. 엄청많다. 그런데 그 차들이 그렇게 좋은 매연을 뿜는게 아니다. 무엇인가… 검은 악의 기운이 배기구에서 흘러나오는데… 지프니 뒤쪽에 자전거가 서있을때 느껴지는 배기구의 따뜻한 매연… 내 다리가 검게 물들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게다가 비까지 계속 오고 있으니, 땅은 물로 덮혀있고, 속도를 낼때마다 어김없이 튀어올라오는 작은 부스러기들… 이해한다. 그런데 이 부스러기가 흙이 아니다. 흙이 아닌… 검정색의 찐득한 느낌의 ‘무엇인가’다. 얼굴에 튀고, 눈에 튀고, 입에 튀고… 뭐 이해한다. 아니, 이해해야지. 오늘만 이러는게 아닐것 같으니…빨리 익숙해지는것이 좋은 것이다.

이 날 기억에 남은 선배의 한마디…
“마스크 사자니까..”

12시쯤 Chow King(필리핀의 중국요리 패스트푸드점)에서 가볍게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달리려는데….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마닐라를 빠져 나온것은 맞는데 반대로 달린것.

쫄딱젖은 후배.JPG
Chow King 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고생한다 자전거.JPG
니들도 고생한다. 제일오른쪽에 있는 빅뱅7 자전거가 후배녀석꺼. 짐받이 안장…으이구!

이때부터 지도와 나침반을 함께 사용했다. 무조건 동남쪽으로 가자면서…(우린 서남쪽으로 달렸다…)

지금은 유턴중.JPG
나때문에 꽤 많은 길을 다시 돌아가야 했다. ㅋㅋㅋㅋ

필리핀에서 지프니는 우리나라의 버스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값이 싸고, 많은 수가 운행을 한다. 그런데 그 수많은 지프니 중에서
모습이 같은 지프니를 찾기란 힘든 일이다. 운전자의 취향대로 가지각색의 지프니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거의 차들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 기스같은 것들이 많이 나있다. 그래서 그런걸까… 우리들이 뒤에서 자주 꽝꽝 박아도 운전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그냥
가더라. 만약 벤츠나 페라리에 박았더라면 ㅎㄷㄷㄷ…

지금와서 생각하는데 자전거를 타기에는 우리나라보다 필리핀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도로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당당하게 신호를 대기하고(…가끔씩 신호도 무시하고;;) 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도 하나의 Vehicle(차량)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때문에 나중에 한번 당하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엔 제대로다. 제대로 방향을 잡고 신나게 달려…보려고 했으나 후배녀석, 안장이 문제다.
값이 싸다고 구입한 싸구려 중국산 짐받이 안장. 첫날부터 시작해서 끝나는 날까지 문제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 부붐 베스트 넘버 1이다.
짐받이 안장은 비싸더라도 좋은 것을 사기 바란다. 반드시.

안장뿐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문제는 후배녀석에게도 있었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는 것. 내가 선두, 후배가 중간, 선배가 후미를 맡아 달렸는데 후미에서 오는 선배가 가슴이 조마조마 했단다. 후배의 드라이빙 실력에.. 하지만 나는 앞에 있어서 못봤으니, 그냥 쓩쓩 달렸다. 그저 후배녀석 많이 늦네… 이정도로만 느꼈었다.

길가의 식당.JPG
길가의 이름없는 식당.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노래방 기계. 거의 모든 집에는 노래방기계가 다 있다.

평균 시속 16~18 km/h 의 속도로 달린것 같다. 오르막이 있는것도 아니고, 계속되는 평지였는데 부진한 성과다. 오늘하루 바탕가스까지 가려고 했으니 무리. 중간에 있는 칼람바라는 지역에 도달하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호텔을 알아볼 시간이다.

날이 더 어둡기 전에 호텔을 찾아본다. 이곳에 물어보고 저곳에 물어본다. 마닐라를 벗어나니 필리피노들의 얼굴에 웃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 한마디라도 더 말을 붙여본다. 최대한 빨리 필리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 여행내내 두려움만 안고 다닌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다행히 호텔 하나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운이 좋아 전화까지 할 수 있었는데 500~800페소쯤 했던 것 같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안난다. 기억이 나는건 값을 깎는 답시고, 어줍짢은 영어로 쇼부를 치다가 실패했다는 기억뿐… 지금 생각하면 그곳 물가로도 비싼가격이 아닌데 왜 그렇게 깎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전화로는 한번 면박을 당했다. 이제는 어쩌나…직접 찾아가서 원래 가격에 묶기로 한다. 다들 지쳐있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와중에 여행동안에 단 한번 찾아온 엄청난 행운을 만나게 된다. 하룻밤 민박을 하게 된 것. 호텔로 가는 길을
물어본 것이 인연이 되어 그곳 주민의 호의로 하룻밤 묵어갈 수 있었다. 그런 행운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적잖이 긴장했지만 엄청난 호의로 긴장감을 풀 수 있었다. 필리핀의 진짜 생활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필리핀 가정집.JPG
마미는 요리중!

나이를 많이 드신 아주머니셨는데 자기를 편하게 Mommy로 불러달라고 했다. 여행온지 삼일만에 새엄마가 생겼다. 이대로 가면
내일쯤엔  애인이 생길것 같다. 한국에서 25년이 넘도록 못만들었던 애인을 이곳에는 일주일안에 만들 수 있겠다. 참 좋은 곳이다. ㅋㅋㅋㅋㅋ

마미랑 빨래.JPG
마미랑 빨래중! 정말 잘해주셨다. 고마워요, 마미!!

평범한 가정집이다. 우리를 재워준다니 뭔가 보답을 하고 싶다. 저녁을 사주겠다고 하니, 집에 가스가 없어서 요리를 못한단다.
가스부터 사러간다. 우리가 사용하는 LPG가스통의 전반 정도의 사이즈에 똥똥한 모습이다. 가격은 475페소(우리돈 14250원)

마미.JPG.
우리 마미! 🙂

이제는 음식 재료를 사러 간다. 라푸라푸(우리나라의 다금바리)를 산다. 3kg에 130페소(우리돈 3900원). 정말 싸다.
마미와 집근처 시장에 같이 가서 음식재료를 사는데 참 재미있다. 퍼덕퍼덕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바로옆 과일가게에서 샀던 필리핀 바나나도 정말 최고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바나나랑 많이 틀리다. 텁텁한 뒷맛이 없는 것이 꼭 새콤달콤 먹는 기분이다.

이윽고 저녁시간. 필리핀의 전통요리 시니강이다. 시큼한 국물맛이 특징이다. 그런데 우리만 식사를 먼저한다. 다같이 모여서 식사를 함께하자고 해도 괜찮다고 한다. 먼저 먹으란다. 겸상하지 않는것이다. 배려일까? 문화일까?

호기심이 일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어떻게든 우리말을 이해하려 애쓰고, 우리는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려 애쓰니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들과의 대화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정말 기분좋고 재미있는 저녁이다.

이제 필리핀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다.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 첫 날부터 이런 행운을 겪다니, 좋은 느낌이 든다. 이 여행, 뭔가 얻어가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 같다.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7 (수) (여행 이틀째)

아침이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제공해준다. 서양식, 한국식 두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당연히(?) 한국식을 선택한다.

계란국에 밥과 반찬. 괜찮았다. 다만 호텔비가 비쌌을뿐..

어제 저녁에 인왕산 호텔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교회로 향했다. 교회까지는 호텔에서 약 200 미터.

정말 가까운 거리였지만 외국이고, 어제 느낀 필리핀의 첫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 다들 긴장이다. 나도 겉으로는 멀쩡한 척 했지만 약간 겁이났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3세계 사람들. 텔레비전이나 사진이 아니다. 그들은 진짜였다.

어제 저녁에 호텔 프론트에 근무하는 한국말을 잘하는 필리핀 아주머니에게 우리 여행 계획에 대해 이야리를 했었다. 깜짝놀라면서 위험하다며 하지말라고 말린다. 필리핀 사람들도 그렇게 여행은 안한다고… 정말로 가고 싶다면 ‘버스’를 타란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이동수단 트라이시클과 지프니는 타지 말라고 한다. 위험하단다. 필리핀 사람들도 그곳에서 강도를 당한단다.

그때는 웃고 넘겼는데… 막상 거리를 걸으니 점점 더 약한 마음이 든다. 아직 아무런 일도 겪은 것이 없지만 필리핀 사람들 모두가 무섭게만 느껴진다.

거리에서 보는 빈곤한 모습의 필리핀 사람들.. 마닐라에서 만난 거리에서 스친 필리피노(필리핀 사람을 뜻하는 말)들 중에서 웃는
얼굴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딱딱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총기 소지 허가 국가.

그 중 어느 하나가 악한 마음을 먹고 달려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친다. 길가에서 스쳐가는 필리핀 사람들
모두가 마치 범죄자로 느껴진다. 이제야 내가 어떤 곳에 왔는지 깨닫는다. 사람들이 왜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하는지도…

여행 이틀째, 아직까지는 필리핀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수 없었다.

아, 어제 우리에게 호텔을 소개시켜줬던 한국인의 필리핀 친구가 우리 여행계획에 듣더니 딱 한마디를 하더란다.

“Crazy.(미쳤네)”

교회까지 가는 200미터동안 꽤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행자체에 대해서..

교회에 도착해서 그곳 목사님과 만나 바탕가스에 있는 한국인 교회에 대해 여쭤본다. 그리고 여행 계획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한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길..

“바탕가스에 한인 교회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여행에 대해서는 말리고 싶네요. 만약 제가 아는 사람이었다면 못가게 했을겁니다.”

긍정적인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교회에서 나와서 마닐라시내를 돌아보기로 한다. 돌아다닌다고는 하지만 골목으로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주위를 맴돌 뿐이다.

멋들어진 교회.JPG
마닐라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교회. 고풍스런 서양식 교회같다.

칠면조.JPG
칠면조. 밖에 내놓고 키우는 칠면조는 처음 봤다.
다들 여행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냥 점심부터 먹고 어제 계획했던 지도부터 사러 가잔다. 일단 호텔에 왔다가 가까운 서점의 위치를 묻는다. 호텔말고는 물어볼 곳이 없다.

우리가 사랑한 INASAL.JPG
우리가 여행 내내 사랑했던 INASAL. 그 이유는 Unlimited rice 때문! 밥이 무제한이다. 필리핀 음식은 양이 적어서
우리의 식사량에 턱없이 모자랐다. 하지만 처음 먹을 때에는 밥을 더주는지 몰랐다… 아…영어여…ㅠㅠ

지도사기.JPG
서점에서 지도사기. 꽤 비싼가격이다. 4천원 정도? 그래도 가장 큰 값어치를 했다. 여행내내 저것만 보고 다녔으니…

마닐라의 마카티 지역만 계속 돌아다녔다. 걸어서. 걸어다니다 보니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재미난 것들도 많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도로의 효율적인 사용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분명히 2차선 도로이다. 하지만 줄을 서는 차들을 보면 세줄로 서있다. 가끔 중앙선을 넘어서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도 볼 수 있다. 재미있다.

그린벨트 내 교회.JPG
우리가 가져온 가이드에 소개된 그린벨트. 그다지 흥미를 끌진 못했다. 오히려 그린벨트 안에 있는 이 교회 하나가 더 관심이 갔다.

라푸라푸 동상.JPG
필리핀의 영웅 추장 라푸라푸. 이 아저씨가 마젤란을 죽였단다. 제주도에서 잡히는 다금바리의 이름이 이곳에서는 ‘라푸라푸’라고 한다. 라푸라푸의 이름을 따서 지엇단다.

저녁이다. 하루종일 걸어다녔기에 피곤해서 호텔에 있는데 누가 찾아온다. 어제 호텔을 소개시켜주었던 아저씨다. 조금있다가 같이 저녁먹으러 가잔다. 계획도 없겠다. 바로 준비한다.

우리를 데려간곳은 마닐라 시푸드 마켓. 음식 재료를 골라 원하는 식당에서 조리를 해 먹는 방식이다. 그런데 누군가 한명 더 있다.

이름은 찰스. 한국인이지만 그냥 찰스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필리핀에서 생활한지 오래됐단다. 우리들은 짧게 소개를 마치고 음식을 고르고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가 갔던곳.JPG
우리가 갔던 시사이드

여러가지 생선.JPG
먹음직스런 생선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 비해 값도 훨씬 싸다.

게.JPG
필리핀 게. 무시무시한 집게발에 주목!

남자여자.JPG
남자?? 여자??

먹어라 먹어.JPG
Before..

전투끝.JPG
After..

…지금와서 느끼는 거지만, 이때만큼 잘먹은 적이 없었다. 비싸긴 했지만 언제한번 이렇게 먹어보겠는가..

음식을 먹으면서 찰스형이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이야기를 한다. 그냥 형님(친해져서 아저씨가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말을 듣고 자전거 여행을 하지말라고 한다. 후배와 선배의 표정을 봤다. 얼굴색이 어둡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찰스 형이 술을 한잔 사겠다고 술집에 가잔다. 따라가면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알것 같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말을 안해주었을 것이다. 생각하는 바는 조금 달랐지만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겪은 첫번째 만남과 이별이었다.

술집에서.JPG
분위기 있는 술집. 여행 내내 이런 술집을 찾아봤지만 보라카이를 제외한 어느곳에서도 이런곳을 찾을 수 없었다. (….섹시바는 많이 보이더라)

여행이 끝날때까지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용기형님, 찰스형 정말 고마웠어요.

호텔로 돌아와서… 역시나… 다들 여행에 대해 회의적이다. 여행온지 이틀만에 의견 충돌이다. 그냥 비행기 타고 세부로 가자고 한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특히나 후배 녀석… 으이구..!!

이런말, 저런말, 꼬드겨도 안된다.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해도 묵묵부답… 결국 그냥 혼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솔직히 혼자서라도 갈 생각이었다.

그런식으로 여행하려고 필리핀까지 온게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선배도 옆에서 같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아싸!

후배녀석, 억지로 같이 짐을 싼다. ㅋㅋㅋㅋ

“누가 우리한테 총 쏘면 내가 처음에 몸빵하고, 선배가 두번째 몸빵할테니 너는 알아서 튀어. 우리가 두방까지 막았는데 못 튀고 총맞으면 너 죽는다.”
“형은 어쩌구요?”
“괜찮아, 형은 보험들었거든. ㅋㅋㅋㅋㅋㅋ”

간만에 웃는다. 그런데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은 염두해두어야한다. 여권이랑, 예약 티켓이랑, 달러를 묶어 가방 한구석에 넣어두고 선배에게 가방을 맡긴다. 여차하면 후배데리고 도망가라고 한다. 가방안에 다들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너는?”
“가방이 없으니 더 빨리 도망가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는 했지만, 이번 여행… 걱정만이 가득이다.

현재시각 새벽 2시. 3시간 휴식뒤에 5시에 출발하기로 한다. 최대한 빨리 마닐라를 벗어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