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르토 갈레라 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나설려는데 호텔 사장이 이야기를 꺼낸다. 여행은 몇일동안 하느냐? 어디부터 왔느냐…등등
간단히 이야기를 하려는데 대화가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서로가 대화하기를 재밌어하니 끊어질리가 없다. 정신없이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새 8시가 다 되어간다. 서둘러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인상좋으신 주인집 아저씨(제일 왼쪽)
161Km… 갈길이 멀다.
아침의 날씨.. 비오기 직전의 모습이다.
시
작과 동시에 엄청난 비포장 도로가 우리를 반겨준다. 단순한 비포장이었다면 좋았을텐데 간밤에 비까지 내린터라 진흙탕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다녀간 자동차 바퀴에 곱게 빻인 모래와 흙들이 빗물을 가득 머금고 수렁이 되어 마치 늪지처럼 자전거의 바퀴를 감싸안는다.
이제야 제대로된 난코스를 만난 것이다.
작년 여름에 했던 강원도 자전거 여행길에 만난 우리나라의 비포장도로는 여기에 비하면 굉장한 양반격. 다들 처음 겪는 진흙탕길에 기어를 최대한으로 올려놓고 용을 쓴다. 게다가…비는 아직도 계속 내리고 있다.
이정도면 아주 좋은 길에 속한다.(비포장도로 중에서)
중
간에 멈춰서면 신발이 수렁에 빠져 진흙 범벅이 되는 상황. 어떻게든 멈추지않고 있는 힘껏 달려보지만 다들 한번씩은 신발에 누런색
칠을 한다. 하긴, 차도 바퀴가 빠져서 못나갈 정도였는데.. 발하나 빠지는 정도면 차에 비하면 싸게 먹힌 편이다.
중간에 만난 시원한 폭포! 마음까지 시원해진다!
8~10 Km 쯤을 달렸을까.. 비포장 도로의 끝이 보인다. 지금부터는 늘씬하게 잘빠진 포장도로다.
비포장 도로를 빠져나와 한숨을 돌리니 이제는 배가 고프다. 근처 가까운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다.
좋아 죽는다. ㅋㅋㅋ
힘들어 죽는다. ㅋㅋㅋㅋㅋ
달려라~~
밥을 먹고 일어서니 이게 웬걸… 앞 타이어의 바람이 빠져있다. 이런… 그래도 진흙탕 한가운데서 빵구가 안난것이 어디인가. 다행으로 생각한다. 식당 바로 옆에 볼카나이징 샵이있다. 바로 수리를 맡긴다.
이게 몇번째야…
필리핀에는 정말 많은 볼카나이징 샵이 있다. 자동차 타이어에 대충 흰색
페인트로 “Volcanizing” 이라고 큼직하게 쓰여있다. 거짓말 조금 보탠다면 필리핀 어느곳이든 펑크가 난 곳에서 10분에서
20분정도를 자전거를 끌고 걷는다면 반드시 보이는게 이 볼카나이징 샵이다. 그런데 한가지 웃긴것은…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볼카나이징 샵을 봤지만 간판의 생긴 모습이 다 똑같다는 것이다. 단지 틀린것이라면 “Volcanazing” 이라고 써놓은
타이어의 사이즈가 약간씩 다르다는 점이다. 가게가 좀 크면 큰 타이어, 작으면 좀 작은 타이어…ㅋㅋ
배도 채웠겠다. 타이어도 때웠겠다. 신나게 달려본다. 아침에 진흙탕길에서 고생을 해서일까. 너무나도 도로가 좋다. 차도 없고, 주위로 나무들이 시원스럽게 올라와 있어서 그늘도 제법 많다.
이제는 적응한듯..
나는 목장갑이 좋아!
ㅋㅋㅋㅋㅋ
하.
지.만. 대형 사고가 터졌다. 타이어가 찢어져 버린것. 자전거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나길래 급히 멈춰서 타이어를 확인했다.
타이어의 찢어진 틈새로 튜브가 비집고 나와있는 것. 처음 겪는 상황에 이게 뭘까…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데 갑자기
“뻥!” 이란 엄청난 소리와 함께 튜브가 터져버렸다. 순간 전부 깜놀. 타이어에 이어 튜브도 같이 터져버린 상황에 웃음밖에
안나온다. 솔직히 진짜 웃겼다.
ㅋㅋㅋㅋㅋ 아놔 이젠 어떻게 가지.
아놔.ㅋㅋㅋㅋㅋ 미치겄다.ㅋㅋㅋㅋ
결국 지나가는 지프니를 잡아타고 칼라판(Calapan) 까지
가기로 결정한다. 그런데…문제가 있는것이 우리는 지프니 타는 법을 모른다는 것. 더욱이 지프니는 절대로 타지말라던 사람들의
말도 있다. “지프니는 외국인을 위한것이 아니라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말에서 풍겨지는 뉘앙스는 우리에게 가볍지 않은 공포를
심어주기 충분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된거 탈수밖에. 그리고, 필리핀까지 왔는데 지프니 한번 안타본다면 무슨 재미겠는가?
자
전거를 끌고가며 지프니를 세워보려 했지만 모두가 허사. 그리고 자주 지나가지도 않는다. 시시콜콜한 농담이나 주고 받으며 자전거를
끌고 걸으니 이것또한 재미다. 주위에 보이는 바나나 나무들. 손만 뻗으면 딸 수있다. 실제로 몰래 따보기도 했다. 아직 익지를
않아서 먹지는 못했지만..ㅋㅋ
먹음직 스러운 필리핀 바나나! 하지만 아직 덜 익었다는거~
이렇게 자전거를 끌고 가다가 결국에는 어느 상점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손수 지프니를 잡아준다. 무슨 특이한 방법이 있었는게 아니다. 단지, 필리핀어(따갈로그어)로 “Stop” 이라고 외친것 말고는….
칼
라판(Calapan) 까지는 약 20Km… 그곳으로 향하는 지프니 안에서 한 여성분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말문을 트기 시작하더니 내릴때 즈음에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사이가 되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꺼내어 선물로 주면서 이순신장군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해주며, 학생들에게 한국에대해 소개를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랬더니 그건
물론이고 앞으로도 이 동전을 잘 간직하겠단다. 그리고 나중에 이곳을 들린다면 다시금 그 동전을 보여주어 약속을 지켰음을
확인시켜주겠단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이 너무나 좋다. 🙂
나중에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 선생님께서 우리가 받지못한 거스름돈을 대신 받아 주셨고, 근처 바이크 샵까지 에스코트까지 해주셨다.
선생님 살라맛 뽀!
고맙습니다! 🙂
바이크 샵에서의 수리는 간단하게 끝이 났다. 그냥 모조리 바꿔버린 것. 여담이지만…이후로 타이어 관련된 고장은 한번도 없었다..
모처럼 도착한 바이크 샵에서 다들 자전거 수리에 여념이 없다. 특히 다들 브레이크가 녹아버려 새걸로 전부 교체를 한다. 브레이크가 녹아버린 모습은 처음이다.
바이크 샵에서의 수리..
자전거 수리를 끝내고 다시금 달린다.
빵하나에 1페소! 10개를 사니 2개를 더 얹어준다. 고마워요!
로하스까지 123키로!
민
도로 섬에서의 자전거 라이딩은 정말 최고다. 아침에 있었던 진흙탕 코스도 지금와서 생각하면 적당히 괜찮은 느낌이다. 정말 힘이
들때쯤 코스가 끝이 나고, 중간에 아름다운 폭포도 나오고.. 그리고 시원하게 쫙 뻗은 도로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내륙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야자수가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 모든것이 최고다. 특히나, 사람들이 염려하는 범죄 같은 위험성도
이곳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마닐라에서 보았던 총을 든 가드(Guard)들은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마닐라와 같이 큰 건물과 도로들이 그렇게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그렇게 흥겨운 마음에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어느덧 6시. 해는 어둑어둑해지는데
아직 잘곳을 못 구했다. 도로의 모습을 보니 언제 호텔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밤이 점점 가까워 오지만 겁이 나지는 않는다.
이곳은 민도로 섬. 필리핀 여행 최초로 야간 라이딩을 시도해 본다. 물론, 호텔을 찾을때 까지만이다.
민도로
섬에서의 야간 라이딩은 약간의 낭만이 넘친다. 가로등 하나없는 깜깜함과 차들이 다니지 않는 도로, 빽빽히 들어선 야자수에 비치는
자전거 전향등은 어느정도 짜릿함과 스릴감을 맛보게 해준다. 그리고 정말 무서운 개(Dog)들.
거북이 겁먹었다.ㅋㅋㅋ
저 거북이의 운명은?
공포의 야간 라이딩!
조심조심 하지만 어느정도의 속도는 내면서 도로를 달려가는데 어디선가 개짓는 소리가 들린다. 근처에 개가 있구나 싶은데…. 점점 소리가 커져온다. 뒤에서 선배가 외친다.
“야! 튀어!”
순
간 소름이 돋는다! 개들이 뒤에서 쫒아오고 있다! 한마리가 아니다! 태운이는 놀래서 약간 기우뚱하기도 한다. 다들 전속력이다.
모두들 도망치기 바쁘다. 잠시뒤에 개들도 지쳤는지 이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때서야 다들 마음놓고 한바탕 웃는다. 깜깜한
도로위로 웃음소리가 퍼져나간다. 생각해보라. 언제 이런경험 해보겠는가?
결국 소코로(Socorro)라는 지방에서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8시가 넘어선 시각. Kafe De Oro 라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한다.
바로 이곳!
호텔은 이런느낌… 하지만 우리가 묶은 곳은 사진에 안보이는 쪽에 있다. 사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의 건물에서 잤다.
방값은 12시간에 550페소. 여기에 100페소를 보태면 샤워실 옆에 있는 큼직한 수영장에 물도 채워준단다. 수영장에 물을 채워면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이미 몸이 파김치인걸.. 그냥 방만 빌리기로 한다. 에고 피곤해.
영수증. 하룻밤에 550페소(우리돈 16500 원)
이것이 필리핀 라면! 뭔가 우리나라랑 상당히 다르다..
샤워장에서 몸을 씻으며 오늘 자전거를 달리며 몸에 묻은 진흙을 털어낸다. 하지만 아무리 문질러도 떨어지지 않는 진흙. 결국 여행내내 이 진흙들을 달고 다녔다.
후배 태운이의 빅뱅7 자전거… 이번 여행을 위해 큰맘먹고 구입한 새삥자전거인데… 오늘 라이딩으로 완벽한 중고가 되었다.
내가 가장 여행중 행복했던섬 민도로섬 +_+ㅋㅋ
여기는 지상낙원중 하나지 ㅋㅋ 가드도 없어 지프니도 적어
택시는 아에 없어… 인심들도 좋아.. 다들 친절하게 어디가냐고 물어봐줘..
숙박비도 싸~~ 아주 좋은 여행이였어 지금까지 꼽는다면 최고?ㅎㅎ
최악은 일로일로 그리고 마닐라 ㅋㅋㅋㅋ
야자수와 바나나가 널렸지만 ㅋㅋ 다들 저건 안따먹는 이유가 있었어 ㅋㅋ
먹었다가는 배탈나고 말껄 ㅋㅋ
정말 최고의 섬 민도로.ㅋㅋㅋ
사람들이 너무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