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제공해준다. 서양식, 한국식 두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당연히(?) 한국식을 선택한다.
계란국에 밥과 반찬. 괜찮았다. 다만 호텔비가 비쌌을뿐..
어제 저녁에 인왕산 호텔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교회로 향했다. 교회까지는 호텔에서 약 200 미터.
정말 가까운 거리였지만 외국이고, 어제 느낀 필리핀의 첫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어 다들 긴장이다. 나도 겉으로는 멀쩡한 척 했지만 약간 겁이났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3세계 사람들. 텔레비전이나 사진이 아니다. 그들은 진짜였다.
어제 저녁에 호텔 프론트에 근무하는 한국말을 잘하는 필리핀 아주머니에게 우리 여행 계획에 대해 이야리를 했었다. 깜짝놀라면서 위험하다며 하지말라고 말린다. 필리핀 사람들도 그렇게 여행은 안한다고… 정말로 가고 싶다면 ‘버스’를 타란다. 필리핀의
대표적인 이동수단 트라이시클과 지프니는 타지 말라고 한다. 위험하단다. 필리핀 사람들도 그곳에서 강도를 당한단다.
그때는 웃고 넘겼는데… 막상 거리를 걸으니 점점 더 약한 마음이 든다. 아직 아무런 일도 겪은 것이 없지만 필리핀 사람들 모두가 무섭게만 느껴진다.
거리에서 보는 빈곤한 모습의 필리핀 사람들.. 마닐라에서 만난 거리에서 스친 필리피노(필리핀 사람을 뜻하는 말)들 중에서 웃는
얼굴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딱딱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총기 소지 허가 국가.
그 중 어느 하나가 악한 마음을 먹고 달려드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친다. 길가에서 스쳐가는 필리핀 사람들
모두가 마치 범죄자로 느껴진다. 이제야 내가 어떤 곳에 왔는지 깨닫는다. 사람들이 왜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하는지도…
여행 이틀째, 아직까지는 필리핀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수 없었다.
아, 어제 우리에게 호텔을 소개시켜줬던 한국인의 필리핀 친구가 우리 여행계획에 듣더니 딱 한마디를 하더란다.
“Crazy.(미쳤네)”
교회까지 가는 200미터동안 꽤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행자체에 대해서..
교회에 도착해서 그곳 목사님과 만나 바탕가스에 있는 한국인 교회에 대해 여쭤본다. 그리고 여행 계획을 말씀드리고 조언을 구한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길..
“바탕가스에 한인 교회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 여행에 대해서는 말리고 싶네요. 만약 제가 아는 사람이었다면 못가게 했을겁니다.”
긍정적인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교회에서 나와서 마닐라시내를 돌아보기로 한다. 돌아다닌다고는 하지만 골목으로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주위를 맴돌 뿐이다.
마닐라를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교회. 고풍스런 서양식 교회같다.
칠면조. 밖에 내놓고 키우는 칠면조는 처음 봤다.
다들 여행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그냥 점심부터 먹고 어제 계획했던 지도부터 사러 가잔다. 일단 호텔에 왔다가 가까운 서점의 위치를 묻는다. 호텔말고는 물어볼 곳이 없다.
우리가 여행 내내 사랑했던 INASAL. 그 이유는 Unlimited rice 때문! 밥이 무제한이다. 필리핀 음식은 양이 적어서
우리의 식사량에 턱없이 모자랐다. 하지만 처음 먹을 때에는 밥을 더주는지 몰랐다… 아…영어여…ㅠㅠ
서점에서 지도사기. 꽤 비싼가격이다. 4천원 정도? 그래도 가장 큰 값어치를 했다. 여행내내 저것만 보고 다녔으니…
마닐라의 마카티 지역만 계속 돌아다녔다. 걸어서. 걸어다니다 보니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재미난 것들도 많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도로의 효율적인 사용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분명히 2차선 도로이다. 하지만 줄을 서는 차들을 보면 세줄로 서있다. 가끔 중앙선을 넘어서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도 볼 수 있다. 재미있다.
우리가 가져온 가이드에 소개된 그린벨트. 그다지 흥미를 끌진 못했다. 오히려 그린벨트 안에 있는 이 교회 하나가 더 관심이 갔다.
필리핀의 영웅 추장 라푸라푸. 이 아저씨가 마젤란을 죽였단다. 제주도에서 잡히는 다금바리의 이름이 이곳에서는 ‘라푸라푸’라고 한다. 라푸라푸의 이름을 따서 지엇단다.
저녁이다. 하루종일 걸어다녔기에 피곤해서 호텔에 있는데 누가 찾아온다. 어제 호텔을 소개시켜주었던 아저씨다. 조금있다가 같이 저녁먹으러 가잔다. 계획도 없겠다. 바로 준비한다.
우리를 데려간곳은 마닐라 시푸드 마켓. 음식 재료를 골라 원하는 식당에서 조리를 해 먹는 방식이다. 그런데 누군가 한명 더 있다.
이름은 찰스. 한국인이지만 그냥 찰스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필리핀에서 생활한지 오래됐단다. 우리들은 짧게 소개를 마치고 음식을 고르고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가 갔던 시사이드
먹음직스런 생선이 참 많다. 우리나라에 비해 값도 훨씬 싸다.
필리핀 게. 무시무시한 집게발에 주목!
남자?? 여자??
Before..
After..
…지금와서 느끼는 거지만, 이때만큼 잘먹은 적이 없었다. 비싸긴 했지만 언제한번 이렇게 먹어보겠는가..
음식을 먹으면서 찰스형이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이야기를 한다. 그냥 형님(친해져서 아저씨가 아니라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말을 듣고 자전거 여행을 하지말라고 한다. 후배와 선배의 표정을 봤다. 얼굴색이 어둡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찰스 형이 술을 한잔 사겠다고 술집에 가잔다. 따라가면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알것 같지만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말을 안해주었을 것이다. 생각하는 바는 조금 달랐지만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겪은 첫번째 만남과 이별이었다.
분위기 있는 술집. 여행 내내 이런 술집을 찾아봤지만 보라카이를 제외한 어느곳에서도 이런곳을 찾을 수 없었다. (….섹시바는 많이 보이더라)
여행이 끝날때까지 아무것도 해드린게 없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용기형님, 찰스형 정말 고마웠어요.
호텔로 돌아와서… 역시나… 다들 여행에 대해 회의적이다. 여행온지 이틀만에 의견 충돌이다. 그냥 비행기 타고 세부로 가자고 한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 특히나 후배 녀석… 으이구..!!
이런말, 저런말, 꼬드겨도 안된다.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해도 묵묵부답… 결국 그냥 혼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솔직히 혼자서라도 갈 생각이었다.
그런식으로 여행하려고 필리핀까지 온게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선배도 옆에서 같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아싸!
후배녀석, 억지로 같이 짐을 싼다. ㅋㅋㅋㅋ
“누가 우리한테 총 쏘면 내가 처음에 몸빵하고, 선배가 두번째 몸빵할테니 너는 알아서 튀어. 우리가 두방까지 막았는데 못 튀고 총맞으면 너 죽는다.”
“형은 어쩌구요?”
“괜찮아, 형은 보험들었거든. ㅋㅋㅋㅋㅋㅋ”
간만에 웃는다. 그런데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은 염두해두어야한다. 여권이랑, 예약 티켓이랑, 달러를 묶어 가방 한구석에 넣어두고 선배에게 가방을 맡긴다. 여차하면 후배데리고 도망가라고 한다. 가방안에 다들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너는?”
“가방이 없으니 더 빨리 도망가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는 했지만, 이번 여행… 걱정만이 가득이다.
현재시각 새벽 2시. 3시간 휴식뒤에 5시에 출발하기로 한다. 최대한 빨리 마닐라를 벗어나기로 한다.
이런말, 저런말, 꼬드겨도 안된다.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 해도 묵묵부답… 결국 그냥 혼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솔직히 혼자서라도 갈 생각이었다.
그런식으로 여행하려고 필리핀까지 온게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선배도 옆에서 같이 짐을 싸기 시작한다.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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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분 ㅋㅋ 너모르는 비밀.. 내가 후배놈 다시한번 타일렀다 ㅋㅋ 내마음이 너가하는 이야기때문에 돌아섯거든 조목조목 이야기하면서 말하니까 두려워하지만 한번 가보겠다는 눈빛이 보이던데?ㅎㅎ 역시 나는 말빨이좋아 ㅋㅋㅋ 총맞아준다고 했지만 아마 내가 가장 빠르게 튀었을거야 ㅋㅋ 총안맞을려고 지그재그로 뛰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런 큰일날 사람 ㄷㄷㄷ.
지금 와서 읽어보니 느낌이 또 다르네요.
형 고마워요. 정말 고마웠어요. 🙂
우리 막둥이 태운이도 정말 고생많았어.
고생했지만… 그래도… 정말 재밌었지??
앞으로 언제 또 한번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기회가 되면 태운이, 서수형, 나 이렇게 다시 여행떠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