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8 (일) (여행 십삼일째)

 느긋하게
늦잠을 잔다.
비싼
방값(1인당
500페소,
3명이면
1500페소)에
우리는 무조건 호텔을 옮기기로 하고 짐을 싸서 호텔을
나왔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호텔을 찾았지만 오늘이 축제날이라 방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도로는
사람들로 지나갈수가 없었고,
간혹
보이는 호텔들은 전부 방이 없다고 말을 하거나,
너무
비쌌다.
간신히
운좋게 호텔 하나를 찾아서 체크인을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온다.
축제
구경을 위해서다.

 Sinulog
Festival 매년
1월
3째주에
일요일에 열리는 시눌루그는
세부 최대의 축제이다.
이날은
필리핀 카톨릭의 시작을 의미하는 날이고,
산토니뇨(어린예수)를
기리는 날이다.

  트라이시클을
타고 축제 장소로 가자고 했는데 이상한 장소로 우리를
내려준다.
잘못온것이다.
다시금
길가로 나가 택시를 타고 이번엔 제대로 찾아갔다.

  아직
행진 대열은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축제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리가
내린곳에서 판박이 문신을 한다.
한번에
5페소(150원)이다.

팔뚝에 용문신.JPG

 팔뚝에 용문신. 드래곤의 힘이 느껴진다.ㅋㅋㅋㅋ

  거대한
행렬이다.
족히
수만명은 되는 것 같다.
이색적인
복장과 댄스,
안무에
우리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행진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가다가
쉬다가를 반복하며 행사대원들을 배려하긴 했지만
행진을 이루는 어린이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하다.(이해한다.
우리도
운동회 행사때 얼마나 귀찮아했는가.)
그래도
누구하나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없이 꿋꿋이 맡은 역할을
열심히 소화해낸다.
대견스럽다.

태운아 어딨니.JPG

 태운아 어딨니.

 세부
시내를 걸어다니며 축제를 구경하면서 우리는 호텔도
알아보았다.
우리가
묶고 있는 숙소보다 더 나은 곳이 있다면 옮기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찾아냈다.
Cebu Century Hotel. 값싸고
넓고 깨끗하다.
예약을
하려했으나 예약은 안된단다.
내일아침
일찍 오기로 하고 계속 축제 구경을 하기로 한다.

 한창동안
축제를 구경하던중 한 여대생들 그룹을 만났다.
보홀에
있는 간호사 전문 대학교에 재학중인 여대생들이었는데
우리에게 관심을 보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되었다.
보홀에서
간호사 실습을 위해 세부로 넘어와서 기숙사에 숙박하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이 축제날이라 바로앞에 구경나왔다는
것이다.
1시간여동안
우리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속
대화를 하고 싶었으나 교수님의 소집에 가봐야겠단다.
아쉽지만
어쩔수없다고 생각했는데 내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자유시간이라 내일 다시 만나자는 것이다.
우리가
묶으려는 호텔도 이곳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이다.
내일은
따로이 계획도 없다.
내일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또하나의 인연.JPG

 또 하나의 인연. 🙂

 저녁이
되고 밤이 되자 축제를 절정에 다른다.
은은한
조명장치와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필리핀 아가씨들,
게다가
반주로 마신 약간의 술 덕분에 적당히 달아오른
술기운까지…
입안
가득 미소를 채우게 한다.

우리의 꼬마친구.JPG

 길가다가 사귄 작은 친구들.

  언제부터일까
거리의 행렬이 조금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축제가
끝나려는 모양이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싶은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쉬운
마음에 혹시 내일도 축제가 계속되냐고 물어본다.
대답은
“No.”
최대한
오늘은 즐겨야겠다.

 사람들에
쓸려 어디론가 장소도 모른채 무작정 걷고만 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어떤 운동장.
관중석도
있는것이 제법 큰 느낌이 난다.
가운데
자리한 공연장에는 무희들이 열정적인 댄스를 추고
있었고,
불이
붙은 막대기를 돌리며 멋있는 불쇼를 보여주는 남자
댄서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절정의 순간

  엄청나게
피워오르는 폭죽.
하늘에서
폭죽이 연신 수를 놓기 시작한다.
폭죽과
춤,
음악,
그리고
사람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열광하기 시작한다.
정말
장관이다.
어느것하나라도
놓치고 싶지않다.
연신
카메라 셔터가 기계음을 낸다.

 그렇게
축제가 끝나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택시를
타려고 했으나 택시기사가 제시한 금액이 싫다고 하니
거절을 당한것.
걷다가
다시금 택시를 잡아 타기로 한다.
그러던중…
갑자기
누군가가 서수형과 나의 팔을 감싼다.
돌아보니
어떤 여성이 우리의 팔을 잡고 있다.

  자세히
보니 여자옷을 입고는 있지만 자세히 보니 남자같기도
하다.
우리랑
이야기를 나누는데 내용이 매우 직설적이다(호텔에
같이 가고싶다…등등).
겨우겨우
이런저런 말로 떼어놓고 집으로 향하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웃음만이 나온다.

그분들.JPG

 네. 이분들이 그분들이십니다.

이분들이..그분.JPG

 이것도 하나의 추억. 🙂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7 (토) (여행 십이일째)

아침에
일어나니 배는 거의 세부에 도착해 있었다
.
입항
허가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

맛이없었던 망고.JPG

 유난히 맛이없었던 필리핀 망고. 억지로 먹는 태운이.ㅋㅋㅋ


 배에서
서비스로 모닝커피를 준다
.

사람당 한잔씩
.
필리핀식
커피는 처음이었다
.
어떻게
줄려나
.

  우리처럼
믹스 형태의 커피가 아니다
.
커피따로,
설탕따로,
프림
따로의 작은 팩에 담아서 준다
.
신기하다.
맛은?
물을
너무 많이 탄듯 하다
.
맹맹한
맛만 느껴지는것이 물조절 실패다
.

필리핀커피.JPG

 필리핀 커피. 설탕따로, 커피따로, 프림따로. 저기 컵안에 있는 대롱은 절대 ‘빨대’가 아니다. 그냥 막대기다.ㅋㅋㅋ


 
있으면 배는 항구에 도착할테고 서로의 길을 찾아 떠날
텐데 아쉽기만 하다
.
오늘
헤어지면 다시 만날수는 있을까
.
여기까지
오면서 수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아쉬움들을
경험했지만 조금 다른 느낌의 아쉬움이다
.

  지갑을
열어 천원짜리 지폐에 나의 주소와 이름
,
전화번호를
적어주니
,
자신도
지폐에 뭔가를 적어준다
.
고맙다.
값은
얼마 안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느껴진다
.

  이윽고
배는 항구에 도착하고 인사를 나누다가 자전거를
가져오기위해 아랫칸에 내려갔다 올라오니 이미 그녀들은
떠난 후였다
.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일까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렇게
헤어진것처럼 언젠가 이렇게 다시 만날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배에서
내려 항구를 빠져 나가려는데 입구 경비가 잡는다
.
뭔가
문제가 생겼다
.
우리의
자전거가 문제다
.
자전거가
Vehicle
이란다.
맞긴
맞는 말인데 뭔가 수상하다
.
무슨
안전 증명서를 떼야 한다는데 절차가 복잡하다
.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뭔가를 사게 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
그러면서
나지막히 내귀에 대고 속삭인다
.
“Give me 100 piso, and you go out”

  젠장,
이거였구나.
결국
줬다
.

  우리가
찾는 곳은
Alicia
Tower.
공주대학교
자원 봉사팀이 그곳에 있다
.
봉사활동에
같이 참여하기 위해 그곳을 물어물어 가는데 도통 길을
모르겠다
.
한글로
된 간판이 보이길래 혹시나 싶은 마음에 들어가보니
한국인이 있다
.
정겨운
한국어로 길을 묻고 약도까지 받았다
.
이제는
문제없다
.
나가려는
찰나 길을 알려주었던 한국인 아가씨가 묻는다
.

  “그런데
뭐하시는 분들이세요
?”

  잠깐의
정적이 흐른뒤
,
웃으면서
자전거 여행중이라고 알려주었다
.

Alicia Tower를 찾아서.JPG

 Alicia Tower에 가는 도중… 다시 보게된 Guard들.. Guard는 필리핀에서 안전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치안의 부재이다.

  Alicia
Tower

도착한 우리들은 봉사팀 단장님을 만나려고 했으나
자리에 안계셨다
.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오기로 했는데
,
피자헛이
있었다
.

 피자헛에서
피자를 시키는데
,
값이
엄청 싸다
.
그런데
양도 엄청 작다
.
30%

가격에 절반 사이즈

그래도
싸긴싸니 마구마구 먹는다

필리핀 피자...JPG

 다 좋은데… 사이즈가…

  식사
후 다시 찾아간
Alicia
Tower
에서
단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
하얀색
수염이 인상적인 멋진 분이셨다
.
봉사활동
참여에 대해 말씀드리니 이미 끝났다고 한다
.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기로 하고 호텔을 잡기로 한다
.

  그런데
이곳
Alicia
Tower

하룻밤 자는데 일인당
500
페소씩
달라고 한다
.
근처의
다른 호텔들도 찾아 보았지만 비싸긴 마찬가지다
.
결국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잘곳은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
.

밤이
되자 주변이 점점 더 시끄러워 진다
.
물어보니
내일은 축제가 있는 날이라 오늘은 전야제를 한다고
한다
.
이곳에서도
축제다
.
이번
축제만큼은 제대로 즐겨보기로 한다
.

전야제
행사는 곳곳에서 열리는 듯 했다
.
정부의
주관으로 혹은 호텔이나 백화점등의 주관으로
..
곳곳에서
올라오는 폭죽이 이를 증명하는 듯 했다
.
우리가
머물고 있던
Alicia
Tower
근처에서도
전야제를 했었는데 가수들이 올라와 노래를 부르고
다같이 춤추고 하는 그런 전야제다
.

완전 정신병원 수준.JPG

 니들도 고생했다.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6 (금) (여행 십일일째)

아침
일찍 일어나 일로일로를 향해 달렸다
.

 밤새 이야기를 나누었던 호텔 매니저와~ 🙂


같은 음료, 다른 디자인.JPG

 일로일로를 향하면서 마신 마운틴 듀. 마운틴 듀 세개를 달라고 했는데 세개 다 디자인이 달랐다… 아마도.. 왼쪽부터 1년전 모델, 2년전 모델, 3년전 모델..일듯..ㅋㅋㅋㅋ 난 1년전 모델 마셨다.ㅋㅋㅋㅋ

일로일로 49.JPG

 일로일로 49킬로..ㅋㅋ 앞에 사이드카가 보이는가? 필리핀의 대중교통수단 트라이시클이다.

고풍스런 교회.JPG

 정말 멋들어진 교회. 마치 무슨 탑같다.

자전거 체인고장.JPG

 점점 공중분해 되어가는 서수형의 자전거.. 이번에는 앞기어의 고장이다.. 달리다가 진짜 분해될것 같았다.

Chick-Inn.JPG

 여기에서 유머를 찾은 당신은 이미 토익 900점!


일로일로 도착.JPG

 드디어 일로일로 도착


 일로일로에
도착해서 항구를 찾는데 이상하게 길이 많이 막힌다
.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밖에 나와있고 무슨일일까
..

맙소사,
일로일로에서도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다
.
이맘때가
필리핀에서의 축제 시즌인것같다
.
옆에있던
필리피노가 묻는다
.
어디로
가느냐고
.

  “Cebu”

  웃으면서
세부에서도 곧있으면 축제를 한다고 말해준다
.
정말
때를 잘 맞춰 온것같다
.
가는곳곳마다
축제의 연속이다
.

이곳도 축제.JPG

 맙소사, 여기도 축제야.ㅎㅎㅎ

졸리비.JPG

 필리핀 아이들의 우상. 졸리비!

규모가 더 커진듯.JPG

  더 커진 축제행사. 세부에서의 축제가 제일 컸다.


 일로일로
항구에 도착하여 세부행 배편 티켓을 끊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으니 세워둔 자전거 곁으로 동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
신기한
눈으로 우리와 자전거를 번갈아보며 호기심 어린 손으로
이리지리 만져본다
.
영락없는
우리동네 꼬마아이다
.

여기가 배타는 곳인 줄 알았다.JPG

 여기서 배 티켓을 끊는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Drive-In..켁

일로일로 항구.JPG

 여기는 일로일로 부둣가.

 밥을
다 먹고 아이들과 같이 놀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같이
사진을 찍은 아주머니께서 아이들에게 기념품으로
사탕이나 뭔가를 하나씩 사달라구 하셨다
.

  여기까지
오면서 느낀것인데 이 기념품
(souvenir)이라고
하는것이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필리핀에서는
사용되어진다
.
일종의
Give
and take

개념으로 사진같은 경우는 사진을 같이 찍으면 그
사진을 우리를 위한 기념품이 된다
.
필리피노들의
기념품은 아닌것이다
.(사진은
우리가 가지고 가져가기때문
..)
그래서
기념품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


  기념품으로
무엇을 줄까
고민을
했는데 마지막 남은
100원짜리
동전이 있었다
.
그것을
주려니 아이들은 많은데 동전은 하나뿐이고

고민도
잠시 서수형이 사탕을 아이들 수대로 사와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
100
원짜리
동전을 주기 전에 잠시 앉아서 아이들에게 동전에
그려진 이순신 장군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동전을
차지하기 위한 토너먼트 가위바위보 게임을 했다
.
가위바위보는
이곳에서도 통했다
.

  몇번이나 이야기했지만 100원짜리
동전이 참 유용한것 같다
.
이곳에
오기전에 여러개를 챙겨왔었는데 벌써 마지막
100원짜리를
써버렸다
.
이제는
1000
짜리로 줘야할 것 같다
.

  어느덧
배 시간이 다가와서 우리는 로하스때처럼 늦게 들어가서
자리에 못앉는 그런 일이 없도록 제일 먼저 승선하기
위해 입구에서 부터 진을 쳤다
.

짐검사.JPG

 배에 승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소지품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일로일로 항구 검색대.JPG

 항구 검색대.. 그냥 통과는 안되겠니?

  세부까지는 14시간.. 14시간이
넘는 항해에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그냥 서서 가야한다는
건 지옥일 것이다
.
우리는
긴장한채 승선허가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하지만
다른 필리피노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
우리는
승선을 하고나서야 왜 그런지 알게되었다
.
좌석제였다.

자전거묶기.JPG

 이제는 제법 익숙. ㅋㅋㅋ 사실은 설정샷

 배에
자전거를 꽁꽁 묶고 짐을 단단히 매는 시간 조차 아까워서
한명을 먼저 위로 올려보내 자리를 잡도록 하였는데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
가서
자리를 맡고 앉아 있으라고 하니 좌석제라고 알려준다
.
긴장하면서
제일 먼저 승선한 보람이 없어졌다
.

 자전거
세팅을 끝내고 선실로 올라가니 넓은 대합실에
2
침대가 빽빽히 들어서 있다
.
침대에는
각각 번호가 매겨져 있고
,
표에는
침대 번호가 찍혀있다
.

표에 찍힌 번호대로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

 밤새도록
항해하는 배라 따로 숙박비가 나가는 것도 아닌데
,
거기에
침대까지 얹혀주다니 일석이조이다
.

세수좀하자.JPG

 얘야, 형 세수좀 하자.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데 같은 대합실에 있는
사람들 전부가 일제히 천이며
,
휴지등으로
침대를 박박 닦기 시작한다
.
그제서야
우리도 침대를 슬며시 닦아보는데 검댕이 엄청나게
닦여 나온다
.

사람들이 닦는지 알 것 같다
.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다
.

 “필리피노들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

배안.JPG

 여기가 우리자리!

신났다.JPG

 신났다. 🙂

 침대를
닦고 자리에 누우니 바로 옆에 자리한 아주머니께서
천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이게 얼마쯤 하냐고 말을
건다
.
한국돈을
필리핀사람들에게 보다니
,
이번이
처음이다
.
웃으면서
30페소가
약간 넘는다고 알려주었다
.
그러면서
어디서 이 돈이 났냐고 물어보니 한국 사람이 줬단다
.
(
당연한
것이다
;;)
어디서
한국사람을 만냤나고 물어보니 보라카이란다
.
조심스레
한번 더 물어본다
.
한국
사람들 어땠어요
?

 “Rude(무례해요)”

 혹시나가
역시나다
.
소문으로는
들었지만 직접 이렇게 마주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
모든
한국사람이 그런게 아니라 일부 몇몇 사람들이 무례하게
군다라고 설명을 하고 대신 사과를 드렸다
.
죄송해요.

 거듭
사과를 드리자 웃으면서 괜찮다고 한다
.
다행이다.

 이번에는
우리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
시간도
많겠다
,
할일도
없었는데 잘 되었다
.
신이나서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한다
.
그러던중,
나의
이름을 묻길래 가르쳐주었는데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

 김성태(Kim
Sung-tae :

성 타이
)

 필리핀
말로 타이는 “똥”을 뜻한다고 한다
.
이름이
똥을 뜻한다니
,
주위에
있던 필리피노들까지 배를 잡고 웃는다
.
앞으로는
영어이름만 써야겠다
.

  영어
이름을 알려주었다
.

  테리(Terry
Kim : Terry Kim)

  몰랐는데
테리는 여자이름이라고 한다
.

그러냐고 물으니
,
테레사
수녀의 약칭이 테리란다
.
똥과
성직자의 이름이 함께한다
.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
Holly shit(
성스러운
)..이다.

 
머리맡쪽 침대에는 나와 또래의 아가씨가 있었다
.
이름은
Lei.

잊지못할...JPG

  잊지못할…


  보따리를
부둥켜안고 뭔가를 열심히 체크한다
.
궁금해서
물어보니 목록표라고 대답을 해주는데
,
처음에는
무슨 학교 과제인줄 알았다
.
좀더
대화를 나누니 자신은 보따리 상인이고
,
적고
있는 목록표는 자기 상품 목록표라고 설명을 해준다
.

 놀랍다.
나보다
몇살 아래인데도 이렇게 꿋꿋하다
.
내가
저나이때는 무슨일을 했었던가
.
순간
뭔가가 느껴졌다
.
나는
항상 나의 정체성과 내 삶의 목표에 대해 궁금해 했었다
.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 그것에 대한 해답에 조금씩 가까워
지는 느낌을 받았으나 해답을 알지 못했다
.
하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찾고 묵묵히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에 한층
성숙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
환상적인
댄스와 매혹적인 몸놀림으로 시선을 유혹했던 무희보다
이 아가씨가 몇배나 더 아름답게 보였다
.

  어느새
밤이되었다
.
태운이와
서수형은 배안을 둘러본다며 나갔고 아주머니와 대부분의
필리피노들은 잠이 들었다
.
고요한
밤 달빛이 내리쬐는 배안에 우리 둘만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나에게
뭔가를 일깨워준 그녀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다
.

  아주
보잘것없는 실력이지만 나는 기타를 칠 수 있다
.
악보
없이 칠 수 있는 곡은 딱
1
뿐인 실력이다
.

 그래도
뭔가 해주고 싶은 마음에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
혹시
기타있니
?

  대답없이
갑자기
2층침대쪽으로
손을 내밀더니 뭔가를 꺼낸다
.
기타다.

  짐을
들고 다니기도 무거울텐데 어떻게 기타를 들고 다닐까
?
잠시나마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
중요한건
지금 바로 앞에 기타가 있다는것
.

  박스로
얼기설기 조심스레 포장된 포장속에 인조가죽처럼
보이는 기타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
진짜
기타다
.
박스를
뜯고 케이스를 열어 기타를 꺼내어 보니 날렵하고
단단하게 보이는게 제법 좋은 기타같다
.
한곡밖에
못치지만 그래도 들려주고 싶다고 하니 웃으면서 기타를
넘겨준다
.
살짝
기타줄을 팅겨본다
.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람 – 양희은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거운
네 눈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국

돌아서는
나에게 사랑한단 말 대신에

안녕
안녕 목매인 그 한마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밤새워
하얀 길을 나홀로 걸었었다

부드러운
네 모습은 지금은 어디에

가랑비야
내 얼굴을 거세게 때려다오

슬픈
내 눈물이 감춰질 수 있도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미워하며
돌아선 너를 기다리며

쌓았다가
부수고 또 쌓은 너의 성

부서지는
파도가 삼켜버린 그 한마디

정말
정말 너를 사랑했었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기에

 노래가
끝나자 노래 제목이 뭐냐고 묻는다
.
뭐라고
대답을 하지

이루어질수
없는 사랑
..
영어로는..

 “Impossible
love…”

  아아양희은님
죄송합니다
;;
뭔가
굉장히 로맨틱한 표현도 많았겠지만 내 뇌리를 스쳐가는
저 단어
Impossible
love.
한시대의
명곡이 졸지에 액션 멜로 블록버스터 영화 제목처럼
되어버렸다
.

  약간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웃는다
.
내가
칠 수 있는건 이게 끝이라고 하니 이번에는 자기가 한
곡 들려주겠단다
.
나보다
더 섬세하고 세련된 솜씨다
.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온다
.
조용하면서도
은은하게 내 귀를 적셔준다
.

  고요한
바다는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그네들의 시간을 보내고
,
우리는
우리네의 시간을 보낸다
.
서로의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게 이리도 좋은것임을
이전에는 몰랐다
.

:).JPG

 남자는 등으로 이야기한다. 🙂

  밤이
더욱더 깊어지자 우리는 서로 다음날을 기약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5 (목) (여행 십일째)

아침
8.
아침에
호텔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떠날 시각이다
.

근처
졸리비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일로일로로 향했다
. 상당히 독특하고 양이 풍부한 아침식사다. 그동안 정크푸드라고 생각했던 졸리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갈길이 멀겠다… 부지런히 먹어둔다.

이건뭔표정이야.JPG

 이건 누가 찍은거야…ㄷㄷㄷ..

밥이다밥.JPG

 밥 나와라…ㅋㅋㅋ


 오늘은 반드시 일로일로에 도착하리라…. 굉장히
먼 거리였지만 아침 일찍 출발했으니 열심히만 달리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다
.
하지만
무리였다
. 쩝.

일로일로 144.JPG

 144키로면 하루에 못갈 거리도 아닌데…

  일자로
시원하게 뚫린 도로에는 달리는 차도 없었고
,
길을
가로막는 행진 대열도 없었다
.
하지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엄청나게
불어오는 맞바람에 우리는 제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
만약
바람이 뒤에서 불어왔더라면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도
있었겠지만 맞바람이었다
. 얼마나 강했냐면 한번씩 옆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자전거가 휘청거려 넘어질뻔 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점심을
먹을때즈음에 바람이 조금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
하지만점심을
먹고나자 새로운 난관에 부딫혔다
.
바로
오르막길
.

  쉴새없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꼬불꼬불 산길에 우리는 진이 빠지기
시작했다
.
마치
강원도
산길을 연상케하는 코스였다
.
게다가
은근히 보이는 비포장 도로에
,
비까지….
흡사
민도로섬에서의 산악 코스를 생각나게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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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그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날의 악몽.JPG

 아오….여기에 비까지 오면..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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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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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무슨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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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로일로 139키로

 비포장
오르막길을 땀을 뻘뻘흘리며
,
비를
맞으며
,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필리피노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
외국인을
보고 신기해보이지만 우리의 행색에 쉽사리 말을 걸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

  언제
어디서는 우리를 보며 “
Hello
dude~!”, “Where are you going?”
등등의
인사말을 건네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
그리고
항상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
그들에게
하나하나 전부 대답을 해주며 자전거를 끌고가니
그것또한 하나의 재미였다.

포장도로좀.JPG

 땡큐? 포장도로좀 줘…ㅋ

일로일로 103.JPG

 일로일로까지 103키로…

 한번은 길을가다 동네 꼬마애들을 만났는데 너무 귀여워 친해질려고 했는데 낯가림이 심해서 말을 나누기가 쉽지 않았다.. 되려 경계하는 눈초리였다..에궁.

형이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JPG

 긴장좀 풀어. 형이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 무슨 벌밭는거 같어.ㅎㅎㅎㅎ

마작ㅋㅋ.JPG

 마작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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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로일로 63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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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필리핀의 석양…. 이제 곧 밤이 온다.

 열심히 달렸지만..
결국 일로일로까지는 가지 못한채 파시
City라는
곳에서 하루를 묵고 가기로 했다
.
호텔에서
묵는 동안 카운터에서 매니저 일을 하고 있는 여학생과
친해지게 되었는데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많은 것을
이야기를 해주고 대화를 나누었다
.

  현재
여행중이며
,
마닐라부터
시작을 했다
..라고
이야기를 하니 놀라면서 묻는다
.

  “Why?”

  말문이
막힌다
.
뭐라고
대답을 해야하나
..
자전거가
좋고
,
이곳
필리핀이 좋아서 왔다고 설명을 했다
.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것이 가득한데 표현의 한계를 여기에서
느낀다
.
새삼스레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낀다
.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
일제
강점기부터
6.25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그날의 피로를 수다로
풀었다
.

  그러고보니
필리핀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물어보질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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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야 모기면역.ㅋ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4 (수) (여행 구일째)

보라카이의 아침이 밝았다. 여장을 구리고,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한다. 여느때보다 손길이 더 빠르다. 서둘러 이곳을 떠나고 싶어서이다.

나는 이곳 보라카이가 싫었다.
확실히 보라카이의 바다는 맑고 깨끗했고, 하얀 모래가 돋보이는 해변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여기 보라카이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만나왔던 필리피노들은 보이지 않는다. 맑게 웃음을 건네주지만 그 속에는 다른 뜻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경치만을 바라보기 위해 4천킬로를 날아온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참으로 쉬기 좋고 편안한 곳이겠지만, 나는
이곳이 싫었다.

호텔 매니저랑.JPG
 보라카이에서 떠나기 직전 호텔 매니저와 함께..

보라카이에서 떠나기 직전.JPG
 보라카이 바이바이!

 호
텔에서 나와 선착장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달렸다. 보라카이에 들어올 때 작은 보트때문에 곤락은 겪어서 섬에서 나갈때는 큰
페이선을 타고 갈 생각으로 갔다. 하지만 카티클란으로 가는 배편은 작은 보트뿐인 것 같았다. 들어올때 했던 그 짓(?)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자전거 올리기.JPG
 저기 보트위에 자전거를 올리기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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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카이를 떠나는 배안에서…

카티클란에서 다음 목적지인 칼리보로 향하던 도중 한 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러시아인이었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중이었다. 걱실하게 생긴 외모에 말투도 시원시원하다. 같은 여행자들끼리 도로에서 만나 말을 나누니 웃음도 많아진다.

러시아 멋쟁이.JPG
 러시아 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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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목장갑!

ㅋㅋㅋㅋ.JPG
 ㅋㅋㅋㅋㅋㅋㅋ

러시아 멋쟁이와 헤어지고 길을 가다가 보니 경찰관과 통행 금지라인이 우리의 길을 막는다. 자동차를 못들어가게 막는 것이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무사통과다. 무슨일일까…
저 멀리서 뭔가가 점점 다가온다. 옆에 있던 경찰관이 나지막이 이야기해준다.
“Festival”

처음보는 필리핀 축제 행렬이다. “비바! 산토니뇨!”를 외치며 독수리, 거미, 등등의 상징을 뜻하는 분장을 하고 온몸에는
까만색 칠을 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퍼레이드 행진을 한다. 행진의 뒤쪽에는 아이들의 부모로 보이는
어른들이 같이 걸으면서 뒤따라 가고 있다.



드럼과 북소리, 몸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있고 짜임새가 있으며 음악 소리가 재미나고 우렁차다. 음악소리에 묻혀나오는 우렁찬
북소리는 보는 이들의 흥을 돋운다. 얼마를 서서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었을까. 문득 우리도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행진하는 방향이 우리가 가려는 방향이었다. 어떻게 할까… 생각도 잠시 넉살좋게 행진대열에 합류하여 같이 걷는다.

축제행렬에 참가.JPG
 같이 껴서 가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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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보까지 46킬로!

아아!! 못가.JPG
아아!!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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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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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보까지 4키로!!

점점 더 멀어지는 행진대열을 뒤로한채 우리는 어느덧 칼리보에 도착했다. 칼리보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퍼레이드 행렬이 우리를 반겨준다. 또 다른 축제다. 조금 전 보았던 축제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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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자 등극!

길좀 갑시다.JPG
 
저기… 앞에 길좀요. ㅋㅋㅋ

 칼
리보는 City이다. City는 우리나라의 ‘시’정도의 규모이다. 그런데 이 City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축제에
참가한 것 같다. 골목골목 어디에서든지 축제에 참여중인 사람들을 볼 수 있고, 행진대열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이곳 칼리보에서
묶기로 결정하고 서둘러 근처 호텔을 잡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축제를 감상한다.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 덕분에 우리모두 약간을 들뜬 기분이다.

축제 행렬을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며 같이 춤도 추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또래 애들이랑 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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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점상에서 파는 먹거리! 숯불 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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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것은 굽을때 생기는 연기다. 냄새가 기가 막힌다!!

맛있는 꼬치.JPG
 구워라~~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춤도 추면서 놀고 있는데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 가게집으로 들어갔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그저 축제를 즐기는데 열중할 따름이었다. 비에
젖으면서 한손에는 맥주를, 다른 한손을 다른사람의 손을 잡고, 귀로는 흥겨운 음악을 듣고, 발로는 리듬에 맞춰서 춤을 추고…
 

어느덧 밤을 더욱 깊어지고, 대부분의 행진 대열이 철수를 할 때 우리도 내일의 여행을 위해서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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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묵었던 숙소. 하룻밤에 250페소(한화 7500원)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