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의 아침이 밝았다. 여장을 구리고,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한다. 여느때보다 손길이 더 빠르다. 서둘러 이곳을 떠나고 싶어서이다.

나는 이곳 보라카이가 싫었다.
확실히 보라카이의 바다는 맑고 깨끗했고, 하얀 모래가 돋보이는 해변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여기 보라카이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만나왔던 필리피노들은 보이지 않는다. 맑게 웃음을 건네주지만 그 속에는 다른 뜻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는 경치만을 바라보기 위해 4천킬로를 날아온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참으로 쉬기 좋고 편안한 곳이겠지만, 나는
이곳이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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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카이에서 떠나기 직전 호텔 매니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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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카이 바이바이!

 호
텔에서 나와 선착장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달렸다. 보라카이에 들어올 때 작은 보트때문에 곤락은 겪어서 섬에서 나갈때는 큰
페이선을 타고 갈 생각으로 갔다. 하지만 카티클란으로 가는 배편은 작은 보트뿐인 것 같았다. 들어올때 했던 그 짓(?)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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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보트위에 자전거를 올리기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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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카이를 떠나는 배안에서…

카티클란에서 다음 목적지인 칼리보로 향하던 도중 한 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러시아인이었는데 우리와 비슷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중이었다. 걱실하게 생긴 외모에 말투도 시원시원하다. 같은 여행자들끼리 도로에서 만나 말을 나누니 웃음도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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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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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목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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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

러시아 멋쟁이와 헤어지고 길을 가다가 보니 경찰관과 통행 금지라인이 우리의 길을 막는다. 자동차를 못들어가게 막는 것이다. 자전거와 오토바이는 무사통과다. 무슨일일까…
저 멀리서 뭔가가 점점 다가온다. 옆에 있던 경찰관이 나지막이 이야기해준다.
“Festival”

처음보는 필리핀 축제 행렬이다. “비바! 산토니뇨!”를 외치며 독수리, 거미, 등등의 상징을 뜻하는 분장을 하고 온몸에는
까만색 칠을 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퍼레이드 행진을 한다. 행진의 뒤쪽에는 아이들의 부모로 보이는
어른들이 같이 걸으면서 뒤따라 가고 있다.



드럼과 북소리, 몸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있고 짜임새가 있으며 음악 소리가 재미나고 우렁차다. 음악소리에 묻혀나오는 우렁찬
북소리는 보는 이들의 흥을 돋운다. 얼마를 서서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었을까. 문득 우리도 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행진하는 방향이 우리가 가려는 방향이었다. 어떻게 할까… 생각도 잠시 넉살좋게 행진대열에 합류하여 같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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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껴서 가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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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보까지 46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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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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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못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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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보까지 4키로!!

점점 더 멀어지는 행진대열을 뒤로한채 우리는 어느덧 칼리보에 도착했다. 칼리보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퍼레이드 행렬이 우리를 반겨준다. 또 다른 축제다. 조금 전 보았던 축제와는 차원이 다른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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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자 등극!

길좀 갑시다.JPG
 
저기… 앞에 길좀요. ㅋㅋㅋ

 칼
리보는 City이다. City는 우리나라의 ‘시’정도의 규모이다. 그런데 이 City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축제에
참가한 것 같다. 골목골목 어디에서든지 축제에 참여중인 사람들을 볼 수 있고, 행진대열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이곳 칼리보에서
묶기로 결정하고 서둘러 근처 호텔을 잡았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와 축제를 감상한다.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 덕분에 우리모두 약간을 들뜬 기분이다.

축제 행렬을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며 같이 춤도 추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또래 애들이랑 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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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점상에서 파는 먹거리! 숯불 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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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것은 굽을때 생기는 연기다. 냄새가 기가 막힌다!!

맛있는 꼬치.JPG
 구워라~~

 다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춤도 추면서 놀고 있는데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근처 가게집으로 들어갔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그저 축제를 즐기는데 열중할 따름이었다. 비에
젖으면서 한손에는 맥주를, 다른 한손을 다른사람의 손을 잡고, 귀로는 흥겨운 음악을 듣고, 발로는 리듬에 맞춰서 춤을 추고…
 

어느덧 밤을 더욱 깊어지고, 대부분의 행진 대열이 철수를 할 때 우리도 내일의 여행을 위해서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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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묵었던 숙소. 하룻밤에 250페소(한화 7500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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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on 필리핀 자전거 여행기 1/14 (수) (여행 구일째)

  1. choi seo soo says:

    허허.. 우리 잘때 앞에 카운터에서 여자한태 2시간동안찝쩍거리던건 안쓰고
    왠지 모르게 ㅋㅋ 이상하다 ㅋㅋ
    그리고 전날인가 전전날인가도 ㅡㅡㅋ 모기많던 시골 호텔에서도 ㅋㅋ
    약 4시간 찝쩍거렸던것도 있고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고 나 소변볼때 사진기를 항상 준비해둬야지 싸고나면 찍으려 하냐 ㅋㅋㅋ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좀 즐거웠던 축제중 하나 ㅋㅋ

    • 탱이 says:

      ㄷㄷㄷ 찝쩍거리다뇨..ㅋㅋㅋㅋ

      학교 홈페이지 접속해서 봉사팀들 숙소 확인하려고 놋북좀 빌리자고 한거였어요..ㄷㄷㄷ;;;

      아오…소변볼때 못찍은건 좀 아쉽기는 해도 저에겐 알몸 사진이 있어요.ㅋㅋㅋㅋ

      그거 업로드 할까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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