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다른 문화권 혹은 다른 나라의 색깔이 짙은 책을 읽을때면 한가지 아쉬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번에 읽은 이 책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좀 강하게 들었다.

일본의 시골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한 청년이 시골의 교사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인데 좀처럼 책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직 책을 보는 눈이 부족한 것일까.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좀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이제는 세상을 조금 알아버린 것일까.
주인공이 하는 일들 하나하나가 너무 마음에 안들었다.
불의를 참을 수 없는 성격은 좋은 것 같은데.. 그의 행동에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글의 맥을 끊어버리는 일본의 풍습들.
일본인들은 잘 아는 것이겠지만 나는 잘 모르니 답답함만 커져갔다.

책의 표지에는..

통쾌함과 젊음,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이라고 적혀있지만.. 나는 모르겠다.

문화의 차이를 넘을 수 없었던 것일까.

아쉬움만 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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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pedia 에서 이 소설에 관한 글타래를 발견했다.

http://ko.wikipedia.org/wiki/%EB%8F%84%EB%A0%A8%EB%8B%98_%28%EC%86%8C%EC%84%A4%29

일본을 연구한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도 인용이 되었다는데.. 이 소설의 좋은 점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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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곳곳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작가이고, 천엔(구권)의 모델이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작가의 대표작인데.. 왜 나는 느낄 수 없는 것일까.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자전거 여행2 – 김훈

소설가가 쓰는 여행기는 어떤 느낌일까?

그 궁금함이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였다.

김훈.

예전에 한창 인기를 몰던 TV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원작 소설 작가로만 기억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원작 소설을 읽지도, TV 드라마를 보지도 않았었다. 단지 내게 중요했던 것은 사람들한테 큰 인기를 끌 정도로 필력을 가진 소설가가 쓴 여행기라는 점이 중요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좋아했다면 분명 좋은 이야기를 해 줄것 같아서였다.

이야기는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대로 쓴 느낌이 나지 않았다.
짤막짤막한 단편들로 구성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어디가고, 그 다음은 어디로 가고, 이런 이야기는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실제 작가도 그렇게 중요하게 쓴 것 같지도 않았고.

글쓴이는 여행기라는 제목을 달아놓았지만 자신의 이야기는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자신이 갔던 곳, 그곳에 얽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했다.
그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이 느꼈 던 것을 글로 적고, 여기 참 좋습니다, 오세요, 보세요.
그동안 많이 봐왔던 여행기가 아니었다.

좋은 작가들은 사물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참 묘한 감각을 지녔다.
이 글쓴이도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어느 부분에서 위치에 대해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었다.
그 표현이 너무 감성적이면서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그 부분을 살짝 적어본다.

선박은 자신의 위치를 아는 그 앎의 힘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한다. 내가 어디에 처해 있는지를 알아야만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철새들이 태양의 기울기나 지구의 자장을 몸으로 감지해가며 원양을 건너갈 때 철새는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알지 못해도 천체가 보내주는 신호에 따라 방향을 가늠할 것인데, 인간의 몸에는 그 같은 축복이 없다. 그래서 선박을 움직여 대양을 건너가는 항해사는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만 목적지 항구에 닿을 수가 있다. 그리고 그 ‘나’의 위치는 물 위에서 항상 떠돌며 변하는 것이어서 항해사의 질문은 늘 새롭게 태어난다. 지나간 모든 위치는 무효인 것이다. 바다 위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은 미래의 시간과 함께 인간의 앞으로 다가온다.

길다.
이 글중에서 단 한문장을 꼽자면 아래 문장을 꼽고 싶다.

바다 위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은 미래의 시간과 함께 인간의 앞으로 다가온다.

…좋은 작가가 쓴 좋은 여행기. 그리고 좋은 표현.

좋다. 너무나 좋다. 🙂

http://www.youtube.com/watch?v=oMWNJ12v0BU

우리나라 그림 같은 여행지 – 박강섭

여행이란 재미있다.
여행을 한 날짜를 따지고 보면 며칠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래가는 추억이 된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고, 또 빠져든다.

그 때, 그 고개를 넘으면서 겪었던 일.
그 때, 그 고개를 넘으면서 보았던 것.
그 때, 그 고개를 넘으면서 생각했던 무엇.

정말 오래간다.

여행을 자주 못하는 사람들도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은데 하물며 여행이 직업인 사람들은 오죽할까!

오늘은 강원도, 내일은 제주도, 그 다음날은 전라도.. 전국 방방 곡곡을 하루가 멀다하고 산을 오르고, 바다를 보고 오르락 내리락 했을테니… 너무 부럽다.

분명 혼자보기 너무 아까운 광경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어느날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을 때 펼쳐져 있는 광경.

그 곳의 하늘은 분명 오랜 시간 전부터 계속 그곳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곳에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슴속에 차오르는 벅찬 느낌. 말을 잃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는 그전까지는 느껴보지 못한 분명 새로운 무엇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옆을 보았을 때, 지금의 이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그 누군가가 보이지 않을 때.
약간은 허전한 느낌이 들기도 했을 것이다.

그 느낌이 바로 사람들이 여행기를 쓰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기자라는 고독한 직업.
게다가 여행이 주된 기사거리인 기자.

글 곳곳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움보다는 작가가 느낀 고독이 느껴진다.

“내가 본 것을 같이 보시지 않으실래요?”

 

이토록 영화같은 당신 – 한귀은

올해 초, 유난히도 외로움을 탔던 그날.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다.
이 우울한 감정. 이 외로운 감정. 혼자서 조용히 삭이던 그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었다.

좁디 좁은 방안.
그 좁은 방안에서 나는 대체 왜 이럴까? 하는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힌채로 그저 울고만 싶었던 날이 있었다.

7년? 8년? 혼자 짝사랑하며 혼자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고 그랬던 그 동안의 시간이 그저 추억으로 남게된 그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
그날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때 불현듯 생각 난 영화 한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Leaving Las Vegas)”

왜 그 영화가 보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갑자기 생각났다.
단지 내가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은 그 영화에 대한 줄거리는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침대에 엎드려 작은 아이폰으로 보았다.
무슨 낭만이 있을까.
작은 고시원 방.
작은 방 한쪽 작은 침대에 거의 쪼그리다시피 엎드려서 아이폰으로 영화를 보자니 이게 무슨 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방, 작은 침대, 작은 아이폰… 모든 것이 불편했다.
평소엔 안그랬겠지만.. 그날만큼은… 힘들었다. 웃기조차 힘들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슬픈 영화 정도로..
그래서 이 영화가 보고 싶었는지도..

너무나 우울한 이야기.
그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그저 우울하기만 했다.
그 시간 내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주인공 벤이 마시는 술에 보는 나까지도 취한 느낌.

잊기위해 마시는 술만큼 독한 술이 있을까.
극중에서 벤은 그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그 독한 술 한모금을 마시고 싶었다.

너무나 아파했던 그날의 추억.
날짜는 생각나지 않지만 감정과, 행동, ….그리고 나의 모습이 생각난다.

이 책을 보니.. 그날의 추억이 생각났다.

책 한장 한장,
문단 한마디, 한마디.
문장 한줄, 한줄.
단어 하나, 하나.

내 마음을 아렸다.
마치 그 날 처럼.

Wisdom – 앤드루 저커먼.

유명한 세계인사들에게 질문을 하나 했단다.

“지혜(Wisdom)란 무엇입니까?”

음악가… 정치가… 영화가.. 배우…학자…

많은 직업의 사람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지혜(Wisdom)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확히 사람 수만큼의 대답이 나왔다.

그런데.. 그 사람 수 만큼의 대답중.. 내 머릿속을 울리는 한 문장.

Nobody can teach me who I am

 

예전에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다.

왜 여행을 하냐고.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이것이었다.

“I want to know who am I, and what am I.”

그때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나는 저 대답에 대한 내 마음속의 대답을 찾지 못했다.
여행을 하면 막연히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지만 글쎄. 아직은 쉽게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저 단 하나의 문장.

누구도 내가 누구인지 가르칠 수 없다…
누구도 내게 답을 줄 수 없다.
누구도 알 수 없다.
누구도..

뭔가 가슴이 울렁이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좋은 느낌 하나를 가져간다.
부디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언제고 서점을 지나치다가 우연히… 아니, 우연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보고 다시금 지금의 느낌을 떠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오래된 좋은 친구를 만나는 느낌으로 이 책과 함께 서점을 나오는 것도 좋겠다.

 

이건 여담이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지혜(Wisdom)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미 알고있다.
수십년 전부터 전해온…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했던 그 지혜의 말을…

“Let it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