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좋은 느낌.

우연하게 얻게된 책 한권.

책을 읽다보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회사에서 이벤트로 시작한 ‘북 바이러스’

안토니오(사장님)을 비롯한 다른 4명의 사람들과 동시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두번째 타자로 내가 지목되었다.

안토니오께서 적어주신 조그마한 메모.

조나단에게 순례자 책을 선물합니다.
나의 소중한 Book friend 인
조나단 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누가 나에게 이책을 진심으로 줄 수 있을까.

나 역시 너무나 감사한 마음뿐..

 

책을 읽다가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너무나 벅찬 마음이 들었다가 갑자기 책 구절이 아닌 나에게 이 책을 전해준 안토니오의 생각이 들었다.

이 소중한 만남과, 이 소중한 인연에 참으로 감사할뿐..

 

울다가, 울다가, 감동 받다가.

지난 토요일.
선배들과의 기분좋았던 술자리의 마지막에서 듣게된 말 한마디.

그 말한마디로 인해 온종일 우울했던 어제와 오늘.

그동안 잊은 줄 알았는데, 완전히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내 일기장이 이유였을까.

가슴아팠던 5년전 그날이 생각났다.
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아픔.

아, 젠장.

봇물이 터지듯 생각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 때 무슨일이 있었는지..

지난 5년간 한번도 이런적은 없었는데.
이제는 덤덤해 졌고, 무엇보다 정말로 완전히 잊혀진줄 알았는데…

참 가진것 없고, 할줄 아는 것 없는 인생이다 싶은것이..
왜 이렇게 나는 바보 같은 걸까.

남들처럼 적당히 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것도 좋은 법도 한데.
젠장, 나는 그게 싫어.
그런 삶의 방식은 내가 싫어.

술을 마시면 좀 나아질까.
오늘 하루는 그냥 취하고 싶어서 억지로 술약속 만들어 놓고
사람들과 술자리를 만들었다.

그랬던 술자리에서 괜히 터져나온 울음보.
이놈의 주책은 여기서도 주체를 못하겠더라.
그냥 덤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자꾸 눈앞에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펼쳐지는 것이 참을수가 없더라.

좋게 출발했던 술자리는 나로 인해 삽시간에 고요해지고 들리는 건 홀짝홀짝 소주잔 넘기는 소리뿐.
이게 무슨 주책이야, 청승이야, 궁상이야.

나만 빼고 다들 40대.
그 분들 앞에서 무슨 일이 힘들다고 그렇게 얼굴 꿍해서 눈물 참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는지.
오늘 하루 마냥 취하고 말겠다는 다짐도 잠시뿐, 어른들 앞에서 주사를 부릴수가 있어야지.
그저 대충 적당히 밥만 먹고 나와버리니 시간은 이제 겨우 9시를 조금 넘겼을까.

이 따뜻한 초여름 서울 밤거리에 나혼자 갈 곳이 그렇게도 없더라.

털레 털레 신발 이끌면서, 그 좋아하던 음악도 안들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젠장, 젠장.

나란 놈 왜 이럴까.
한숨만 팍팍.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걸으면서도 눈물이 나오더라.
아, 젠장.

그랬는데..

고시원 입구 우체함에 꽂혀있는 편지함속에 내 이름이 적혀있는 봉투를 보았다.

“월드 비전”

얼마전 아동 후원한지 5년이 되었다고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걸려온 전화가 생각났다.
아마 그 편지 이리라.

하. 하. 하.
돈 없어서 이모양 이꼴을 하면서 생활하는데 후원한다고 매달 돈을 내고 있는 내 모습이 정말 바보같았다.
그것도 5년 동안….

이건 미련한 거야, 멍청한거야.
아니면 둘 다야.

“니 주제를 알라고”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욕지기 아닌 욕지기.
자기 비하를 넘어서는 자기 멸시.

이래선 안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오늘 하루는 이 기분에 취해서 마냥 울고만 싶더라.

집에오니 이런. 열쇠도 회사에 놓고 왔더라.
오늘하루 제대로 꼬여만 가더라.

겨우 고시원 총무에게 사정하여 문을 열고 들어왔다.

또 하나 웃긴것이 바로 엊그제 고시원비를 조금 늦게 내도 되나고 사정했던 나였는데 오늘은 방문까지 열어달라고 사정을 했다.
멋지다, 멋져.

방안에 들어와서 편지를 뜯고 읽어보니, 감사의 편지는 무슨.
그것과는 다른 내용.
다른 사업장에 대한 후원 요청 편지였다.

그래. 다들 뜯어가는 구나.
가만히 읽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마음이 상했다.
기존의 후원조차도 취소해버릴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조용히 그 내용을 읽고 있었다.
어떤 내용일까…하고.

거기서… 말도 안되는 위로를 받았다.

그 책자 속, 빈민층들을 돕는 사진에 내가 있었다.
아 젠장.
웃고 있더라.

괜찮다고 웃고 있더라.

아. 정말 이런식으로 위로받고 싶진 않았는데.
이 글을 쓰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런식으로 위로받고 싶진 않았는데..
항상 인생이라는건 이런식으로 내 뒤통수를 치더라.

 

철인 경기(동호인부, 아쿠아 애슬론) 그 후…

해냈다.

완주했다.

마지막 골 라인을 향하는 그 파란색 카펫위를 밟으며 뛰어드는 순간 주위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해냈구나. 정말 해내고 말았구나.

수영 1.5키로.
달리기 10키로.

해내고 말았다.

처음엔 내가 완주를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수영에서 포기하고 말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심지어 달리기는 전혀 준비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포기를 염두한 경주. 부끄럽지만 그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5/14,토) 있었던 수영 훈련에서 약간의 가능성과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내가 경기를 포기하게 되는 때는 적어도 내 입으로 포기라고 외치는 순간은 아닐꺼라고. 왜냐하면 절대 내 입으로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니까.

몇번을 포기에 대해 생각했을까.

경기시작과 동시에 제일 첫 그룹에서 스타트를 하게되었다. 아주 잠시동안은 내가 선두였다. 하지만 곧 두번째, 세번째 그룹이 연이어 출발을 하게 되자 점점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가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등수가 내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가고 있구나.. 라고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앞에서 경기 포기를 선언했다.
그때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아쉬움.

오늘 경기를 포기하면 내년에 있을 경기까지 오늘의 아쉬움을 안고 가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오늘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완주의 느낌을 안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나의 차이. 하느냐, 안하느냐. 두가지 선택중에서 하나만 고르면 되는 것이다.
50:50. 반반의 확률. 그러니까 내가 완주를 할 가능성도 반반인 것이다.
그 순간이후 포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접게 되었다.

그저 앞으로만 나가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한강물이 거세어 거슬러 올라갈때 자꾸 뒤로 떠내려갈때는 경기라인을 붙잡고 억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물속에서 있었다.

한강물에서 나오는 순간 뒤를 보았을 때, 내 뒤에는 대여섯명이 채 안되는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수영을 끝내고 Suit를 벗고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뛰기 시작했다.

10Km의 거리.
달리다가 지치면 걷고, 그러다가 또 달리고, 또 걷고.
멈추진 않았다.
속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동일한 구간을 왕복 4번을 도는 코스였다.

내가 마라톤을 시작했을 때 코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내가 한바퀴씩 코스를 돌기 시작하자 코스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가 마지막 코스를 돌기 시작했을때는 코스는 비어있었다.

어느순간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사람들이 없었다.
내가 꼴찌인가 싶었다.
아니었다. 뒤를 보니 한명이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외롭지는 않겠네.

마지막 코스를 돌고 결승라인으로 향하는 길은 파란 색 시트로 덮혀있었다.
주위에는 갤러리들이 앉아있었다.

아마도 경기에 참여한 선수의 가족이려니 생각했다.

나도 나를 누군가가 저곳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결승라인을 지나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해냈다고. 포기안했다고.

그 순간이었다.
갤러리 중 누군가가 박수를 치는 것이 보였다. 아니 들렸다.
박수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고,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내게는 글쎄.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저 박수 소리가 아닌 잘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잘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듣고 싶어했던 그 말을 박수소리로 표현해주었다.

경기시간 2시간 45분. 등수는 꼴찌 바로 앞.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철인 경기(동호인부, 아쿠아 애슬론)을 몇시간 앞두고…

잘한일일까?

몇번을 생각해보았다.

겨우 3개월간의 수영 연습기간.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한 노력은 3개월 짜리다. 그것뿐이다.

오늘 한강물에 들어가서 경기전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준비를 해와서 한강 물에 뛰어들어 수영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도 한번 해볼까 싶었다.
하지만 규정이 있었다.

장비를 착용해야 한단다.
보온용 WETSUIT. 수온이 낮아 착용이 의무라고 한다.
가격을 물어보니 30만원대.

포기할까?
돈도 없고, 지금상태에서 수영하는 것은 자살행위같고…
모든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혼자 잘못된 장소에 있는 것 같았다.

운이 좋게 그곳에서 만난 한 아저씨의  WETSUIT를 빌려입고 입수를 할 수 있었다.

잠시동안 한강에서 테스트를 해 보았다. 얼마나 갈 수 있는지.
겨우 100미터지점. 너무 무서웠다. 발이 닿지않는 강물에서의 수영.
바람은 심하게 불고 거센 파도가 일렁이며 내 호흡을 방해했다.

무서웠다. 지금은 안전요원도 없는데 누가 날 구해줄까.
부끄러웠다. 행사용 부이에 매달려서 숨을 고르고 있는 내가.

그런데 그것을 뛰어넘는 한가지. 바로 두근거림.
두근 거렸다. 두근두근거렸다. 가슴에서 울렁이는 어떤 느낌.
한강물을 마시면서 호흡을 제대로 할수 없어 부이를 잡고 부끄러워하고 있으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웃음도 나왔다.

정말 최고다.

물가에 나오자마자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달라고 이야기했다.
35만원.
큰 돈인데 흔쾌히 OK를 해주셨다.
게다가 저녁까지..

형, 정말 고마워요.
어느때든 저의 27살을 생각할때 이 철인경기와 형을 항상 기억할께요. 🙂

이로써.. 경기에 참여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게 되었다.
기뻤다.
나에게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

앞으로 몇시간 뒤..
진짜 경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한강물에 뛰어드는 순간.
그 순간, 나는 뭔가 또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게 될 것 같다.

두근거린다.
정말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