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냈다.

완주했다.

마지막 골 라인을 향하는 그 파란색 카펫위를 밟으며 뛰어드는 순간 주위에서 들리는 박수소리.

해냈구나. 정말 해내고 말았구나.

수영 1.5키로.
달리기 10키로.

해내고 말았다.

처음엔 내가 완주를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수영에서 포기하고 말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심지어 달리기는 전혀 준비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포기를 염두한 경주. 부끄럽지만 그것이었다.

하지만 어제 (5/14,토) 있었던 수영 훈련에서 약간의 가능성과 나 자신을 믿고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내가 경기를 포기하게 되는 때는 적어도 내 입으로 포기라고 외치는 순간은 아닐꺼라고. 왜냐하면 절대 내 입으로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니까.

몇번을 포기에 대해 생각했을까.

경기시작과 동시에 제일 첫 그룹에서 스타트를 하게되었다. 아주 잠시동안은 내가 선두였다. 하지만 곧 두번째, 세번째 그룹이 연이어 출발을 하게 되자 점점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가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등수가 내려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 앞을 지나가고 있구나.. 라고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앞에서 경기 포기를 선언했다.
그때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아쉬움.

오늘 경기를 포기하면 내년에 있을 경기까지 오늘의 아쉬움을 안고 가야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오늘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내년까지 완주의 느낌을 안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하나의 차이. 하느냐, 안하느냐. 두가지 선택중에서 하나만 고르면 되는 것이다.
50:50. 반반의 확률. 그러니까 내가 완주를 할 가능성도 반반인 것이다.
그 순간이후 포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접게 되었다.

그저 앞으로만 나가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한강물이 거세어 거슬러 올라갈때 자꾸 뒤로 떠내려갈때는 경기라인을 붙잡고 억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게 1시간을 넘게 물속에서 있었다.

한강물에서 나오는 순간 뒤를 보았을 때, 내 뒤에는 대여섯명이 채 안되는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수영을 끝내고 Suit를 벗고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뛰기 시작했다.

10Km의 거리.
달리다가 지치면 걷고, 그러다가 또 달리고, 또 걷고.
멈추진 않았다.
속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꾸준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동일한 구간을 왕복 4번을 도는 코스였다.

내가 마라톤을 시작했을 때 코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내가 한바퀴씩 코스를 돌기 시작하자 코스에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가 마지막 코스를 돌기 시작했을때는 코스는 비어있었다.

어느순간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사람들이 없었다.
내가 꼴찌인가 싶었다.
아니었다. 뒤를 보니 한명이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외롭지는 않겠네.

마지막 코스를 돌고 결승라인으로 향하는 길은 파란 색 시트로 덮혀있었다.
주위에는 갤러리들이 앉아있었다.

아마도 경기에 참여한 선수의 가족이려니 생각했다.

나도 나를 누군가가 저곳에 있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눈앞에 보이는 결승라인을 지나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해냈다고. 포기안했다고.

그 순간이었다.
갤러리 중 누군가가 박수를 치는 것이 보였다. 아니 들렸다.
박수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고,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내게는 글쎄.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그저 박수 소리가 아닌 잘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잘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내가 가장 듣고 싶어했던 그 말을 박수소리로 표현해주었다.

경기시간 2시간 45분. 등수는 꼴찌 바로 앞.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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