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도서 :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229p)

저자 : 사토 다카코

등록일 : 2011.03.08

서평 : 달려라! 달려라!

…청춘 소설은 오랫만이다.
달리기.
운동과는 친분이 없는 나로서는 공감가기 힘든 주제였다.
아니, 정확히는 나의 인생관과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빨리, 더빨리와 같은 ‘언제’라는 개념보다는 ‘어디로’, ‘어떻게’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좀 다가서기 힘든 이야기였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시작되는 갈등과 해소, 그리고 달리기… 이야기… 좋았다.
재미있었다.

책 속에서 노력하고 즐거워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내 중/고등 학교때를 생각해보았다.
부러웠다.
왜 나에겐 저런 추억이 없을까.. 하지만 그건 잠시였다.

적어도 책은 읽는 동안은 내가 ‘신지’였다.
아직 앞으로 2권이나 더 남아있다.
이야기를 즐길 시간은 충분하다.

다음권이 기대된다. 🙂

평점 : ★★★★

괜찮아, 살아있으니까

도서 : 괜찮아, 살아있으니까 (219p)
저자 : 박완서, 이해인, 이현주, 김용택, 정호승 외
등록일 : 2011.03.10
서평 : 괜찮아, 괜찮으니까.

...순 억지다.
다 괜찮다고 한다. 

괜찮아, 살아있으니까
괜찮아, 희망이 있으니까
괜찮아, 사랑이 있으니까
괜찮아, 내일이 있으니까
괜찮아, 행복하니까

괜찮다고 하는데, 괜찮음에 대한 이유는 오만가지다. 힘들면 힘들어서 괜찮고, 아프면 아픈대로 괜찮다.
그런데 정말 괜찮다.
마음이 편안했다. 잔잔한 문장으로, 잔잔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좋은 것만 생각해요. 좋은 것만 기억해요."

...그리고 '정말 좋은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독자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괜찮다. 왜냐하면, 괜찮으니까. :)

평점 : ★★★★★

스티브잡스iMIND

도서 : 스티브잡스iMIND(185P)
저자 :
등록일 : 2011.03.14
감상평 :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잡스를 늦게 알았다. 애플이라는 회사도 늦게 알았다. 2006년도 즈음에 그를 알았던 것같다.

누군가 올려놓은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문을 보고 그를 알게 되었다. 그가 이뤄낸 일들에 놀라기 보다는 그가 겪은 인생사에 참으로 감탄하고 마지막 끝맺음말에서는 뭉클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는 뭐든지 내 손으로 직접 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시기. 다른방식으로 하면 별것아닌 일을 내 손으로 해보겠다고 며칠을 고생해서 내 마음대로 뜯어 고치고 바꾸고 했던 나에게 애플사의 제품은 거부반응이 왔다.

대부분의 것들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호환되지 않는 인터페이스는 나로 하여금 알레르기를 일으켰고, 게다가 비쌌다.

그 이후로 나는 잡스의 이야기는 좋아했지만 애플의 제품은 한번도 써보지 않았다.

아니 나하고는 맞지 않는 제품이라고 단정지었다. 앞으로 애플의 제품을 쓸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일까?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

프라하의 봄(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 1988

DVD에는 프라하의 봄이라고 나와있지만 실제 원제목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우연하게 시작된 안토니오와의 대화에서 시작된 이 책(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에게 DVD를 빌려서 보게까지 되었다.

이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약간의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 두번… 이 책을 읽기 위해 도전했다가 실패했었다.그곳에 이 책이 왜 있었을까? 누가 이 책을 읽고 그 자리에 놓아두어 나로 하여금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하였을까?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가명도 그렇고, 책 제목도 그렇고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러시아 사람일까? 책은 어떤 내용을까?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활자로 된 읽을 거리가 참으로 부족했던 공간인 군대에서도 이 책만큼은 그리 손쉽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아니 어려웠다. 너무 어려웠다. 번역본이어서 그랬을까 문장 자체가 이해되기 힘들었고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긴, 원서였다면 한글자도 못 읽었을것이다..
그렇게 두번정도를 이책에 도전하고 차마 10페이지도 넘기지 못한채 책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그랬던 작품을 이번에 다시금 보게 되었다. 책이 아닌 영화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가 없단다. 존재의 가벼움을. 참으로 이상한 제목이다.
아니 멋들어진 느낌이 난다.  그리고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리는 흔히 존재감이라는 느낌을 있다/없다로 표현한다. 그런데 가볍단다. 그리고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영화는 체코에서 시작한다. 바람둥이 의사 토마스와 그의 여자친구 세리나. 그리고 그의 아내 테레사, 세레나를 사랑하는 프란츠.. 토마스와 테레사의 유일한 가족 강아지 카레닌.

영화 속 인물들은 참으로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카레닌을 제외하고). 그리고 시대적 배경도.. “프라하의 봄”이라고 적혀있는 DVD 타이틀 때문에 오해를 했다. 사실 프라하의 봄이란 체코에서 일어난 정치 혁명을 뜻한다(http://en.wikipedia.org/wiki/Prague_Spring).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극중 인물들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무려 3시간동안 계속 된다. 자세한 영화의 내용보다는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고 가장 가슴아팠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 결말…

끝없이 이어진 길. 길 주위로는 가로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른 아침. 길에는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고 조금씩 보슬비도 내리고 있다. 토마스와 테레사는 차를 타고 가고 있다. 테레사는 사랑하는 토마스에게 머리를 기대며 미소를 짓고 있고 토마스는 운전을 하며 “행복…” 이라는 말을 한다. 차장 너머 저 멀리에는 아름다운 햇살이 구름을 뚫고 길가를 비추고 있다. 그리고 차는 계속 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결말을 알고 있다. 그 다음 이야기를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끝없이 이어진 길을 달리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언제까지고 이 행복이 계속되는 것을 암시하는 듯..

결코 찾아오지 않는 프라하의 봄. 인생의 봄. 어디에서도 진실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었던 주인공들. 때문에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은 더욱더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비록 내가 잘못 이해한 제목이긴 하지만 정말 그 제목때문에 영화를 더 가슴아프게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우스갯소리로 기억에 남는 토마스의 대사.

“Take off your clothes.”

나의 오만함.

나는 매주 일요일 1시부터 대략 2시간 내지 3시간 정도의 강의가 있다.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하는 것으로, 강의라고 말할 것 까지는 아니고 대충 주말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강의 내용은 컴퓨터 기초.
윈도우 익스플로러 및 오피스등과 같은 기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법, 컴퓨터 재설치, 하드웨어 구성 등에 관한 컴퓨터 전반에 관한 기초를 가르킨다.

학생들은 외국인 근로자 2 ~ 3명.
처음에는 5~6 명 정도로 많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지금은 2~3명 밖에 남지 않았다.
수업 진행은 대부분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진행한다.

그들이 집에서 출발해서 수업장까지 오기까지는 평균 4시간 정도.

그동안 한번도 빠짐없이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오늘은 왜 일까. 나가기 싫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떴을때, 시계는 11시.
1시까지 수업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바로 일어나서 씻고 준비를 해야한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결국 꾀병을 부려 오늘 수업을 취소했다.

그 덕분에 오늘 하루 나는 한명의 잉여가 될 수 있었다.
부끄럽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는 일에 어느 순간인지 굉장히 귀찮게 느껴졌다.
너무도 편해진 지금의 생활에 길들여진 것일까..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 먼길을 그들은 무엇인가를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왔을 것인데, 나는 내 자신의 편안함만을 위해 그들을 져버렸다.

사실, 이 활동을 하면서 가장 많은 덕을 본 것은 나였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점점 느껴지는 무엇인가에 대한 뿌듯함과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자신감…
이런 것들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데, 나는 그것들은 단지 내가 잘나서 얻게 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행동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오만했다.

조금있다가 그들의 연락처를 통해 하나하나 사과의 말을 남겨야겠다.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