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489p)
저자 : 조너선 샤프란 포어
등록일 : 2011.03.28
서평 : 그곳엔 사람이 있었다.
9.11 을 주제로 한 책.
책 제목만큼이나 책 구성도 참으로 이상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페이지도 있었고,
단 한줄만 적힌 페이지도 있었고,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글씨로 도배가 된 페이지도 있었다.
사실, 책을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이 책이 9.11에 대한 책인 줄 모르고 있었다.
실제로도 책의 종반까지는 직접적인 9.11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책을 읽다보면 문득 이야기의 내용이 설마 그것은 아닐까? 하는 약간의 의심이 들면서 내용을 자신의 생각과 맞추어 본다.
그러나, 어렴풋이 그것을 느낄수만 있을 뿐 정확한 힌트를 주지 않는다. 심지어 9월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야기는 주인공 한명의 시점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닌 약 50년 전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하게 된다.
이쯤되면 독자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혼란이 오게 된다.
실제로도 책의 중간 부분에서 읽기가 힘들어짐을 느꼈다.
그러다가 그렇게 엃히고 설킨 이야기는 어느덧 종반에 접어들게 되고, 독자들은 설마, 설마를 생각하다가…
마침내 마지막 부분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이 책의 제목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은 이 책의 주제를 잘 표현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지구 반대편의 나라, 미국. 그 곳에서 일어난 9.11 테러에 대해서는 그저 안됐다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그 일들이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더 멀리 나아가 그 가까운 것이 정말로 믿을 수 없게 가깝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지진과 방사능 유출 사고들이 뉴스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니 마찬가지다.
그곳에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 다시금 생각이 난다.
“열일곱 살, 나도 이 세상에 대해 책임을 좀 지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나에게는 책임질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책의 첫마디부터 뭔가 가슴이 울렁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땐 울렁임은 약간은 뭔가 허한 느낌이었다.
바로 그 때, 책 제일 처음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열일곱 살, 혹은 열여덟 살 무렵을 생각하면
몇 가지 후회가 따라 올라온다.
화끈하게 가출 한번 해보지 못했다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무치게 원망하거나
증오해보지 못했다는 것,
어른들의 눈을 피해 오토바이 꽁무니에
여자아이를 태우고 멋지게 달려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혼자서 마음놓고 크게 올어보지 못했다는 것.
그때 내 어린 청춘에게 진 빚을
여기서 조금, 갚고 싶다. – 안도현
사실 나는 중국집하고 인연이 좀 있다.
대학 생활동안 정말 큰 도움을 받았었다.
배고프고, 밥 못 먹고 학교를 제대로 못다닐 정도는 아니었지만 거의 항상 내 뱃속을 채워준 것은 짬뽕(짜장)이었다.
그때 방을 못 구해서 학교 다니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학교 근처 중국집 아저씨께서 방을 같이 쓰자고 먼저 말씀을 꺼내 주셨다.
게다가 불편한 용돈 사정도 알아주셔서 항상 짬뽕밥을 공짜로 주셨다.
우리 학교에서 나만큼 그 집에서 짬뽕밥을 많이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갈 때가 되었을때 했던 울먹이며 했던 인사가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지금은 명절때마다 찾아가고, 혹은 언제라도 내려가서 인사도 드릴 수 있지만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마지막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