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식장…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의 아내를 찾았다.

친구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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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값진 만삼천원..

출처 :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1&articleId=1177

인터뷰에서 진실을 들으려면

오픈마루에서 인턴을 모집합니다. (제가 인턴 구인 과정을 컨설팅해드리고 있습니다. 아마 실제 면접에도 제가 참여할 겁니다.)

저 는 사람을 뽑는 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사람을 뽑으면서 들은 최고의 찬사는, “이렇게 재미있는 면접은 평생 처음이었어요”와 (집단 면접 후) “이 분들과 모두 함께 일하고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번 기회로 저에게 정말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였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사람을 잘 뽑는 방법, 관련 서적, 인터뷰 비법 등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인터뷰를 잘 하는 방법을 한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다음 인터뷰 상황을 한번 보시죠.

인터뷰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그 방향이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 어떻게 하시나요?

인터뷰이: 흠… 우선 프로젝트 매니저와 상의를 해보겠죠. 그리고는…

밋밋하고 식상합니다. 예상되는 답변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심지어는 질문한 사람 스스로도, ‘에이, 질문 잘못했군’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질문한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이나 모두 재미가 없습니다.

질 문이 잘못되었습니다. 엉성한 질문에는 엉성한 답변이 나오기 쉽습니다. 저런 일반적인 질문에는 답변자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상적이고 이성적인 대답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할지와는 큰 관련이 없지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대답을 하는 당사자도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는 겁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방향이 뭔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나요? 그 때 얘기를 좀 해주세요.

인터뷰이: 아.. 예. 2년 전인가 그랬죠. 어쩌구 저쩌구.

인터뷰어: 당신은 그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하셨나요?

이 러면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물론 거짓말 하기로 작정한 사람은 이 때 잡아내지 못하죠, 나중에 레퍼런스 체크를 해야 합니다). 이런 종류의 질문을 행동 설명 질문(behaviour-description question)이라고 합니다. 진실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정보 밀도도 더 높습니다.

답변자가 일반화한 답변을 하려는 경우 이에 응수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이: 에… 저는 통상 어쩌구 저쩌구 하죠.

인터뷰어: 지난 주에는 어떻게 하셨나요? (혹은 가장 최근의 경험을 말씀해 주세요)

인터뷰이: 사람들은 보통 ~ 하지요.

인터뷰어: 당신의 경험은? (그 때 과정을 차례 차례 짚어 볼까요?)

될 수 있으면 직접적인 경험담을 말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답변자가 직접 자신의 경험을 요약해 답변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답변자의 시선이 먼 곳을 향하면서 입에서는 “2003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가을날 저녁이었습니다. 저희 팀원들은 띵띵 불은 우동면발을 지켜보면서 모 팀장의 일장 연설을 듣다가…” 이런 식의 말이 나오면 잘 되고 있는 겁니다.

답변자가 대답을 고민하고 주저할수록 거짓말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거짓말”은 실제로도 미래에 그렇게 행동할 확률이 낮은 진술을 말합니다.

통상 일반화된 진술보다는 일차적 경험의 미래 예측능력이 높고, 또 그 경험이 좀 더 최근의 일일수록, 혹은 그 사람에게 미친 영향이 클수록 미래 예측능력이 높습니다.

이 원칙은 사용자 연구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자신들의 베타 버전을 잠시 시연해준 후) 이거 쓰면 어떨 것 같나요?”, “네이버 검색 좋아하세요?”, “왜 그걸 삭제하세요?” 등의 질문은 거짓말을 들을 확률이 너무 높습니다. 첫번째 질문에는 분위기 상 부정적 답을 하기 어렵고, 상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두번째 질문은 단답형 질문이고 밀도 높은 정보를 얻지 못합니다. 세번째는 사용자도 잘 모릅니다. 사용자는 이성적인 답변을 즉석에서 만들어 낼 겁니다. 그것보다 그 사람이 최근 했던 경험을 순서대로 따라가 보세요(walk-through). 사용자 자신도 자신의 행동 패턴에 놀라게 될 겁니다. “오! 제가 이런 식으로 작업해오고 있었군요!!!”  (물론 가능하다면 실제로 그 자리에서 그 경험을 해보도록 하고 그걸 직접 관찰하는 것이 더 강력합니다)

실제 상황을 약간 각색한 다음 사용자 인터뷰를 한 번 보시죠. 사람들의 일상 생활로부터 제품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한 직장인을 인터뷰 하는 중입니다.

인터뷰어: 메모를 얼마나 자주 하세요?

회사원: 안해요.

인터뷰어: (당황하기 시작한다) 정말요?

회사원: 네.

인터뷰어: 다이어리 같은 것도 안 쓰세요?

회사원: 안쓰는데요.

인터뷰어: (전략을 바꾼다) 오늘 아침에 직장에 출근했을 때로 돌아가 봅시다. 출근해서 책상에 앉았습니다. 뭘 하셨나요?

회사원: 우선은 오늘 만날 사람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모니터 옆에 붙여 놓았죠.

인터뷰어: 책상 위에 무엇들이 붙어있나요? 그 모습을 그려주실 수 있을까요?

회사원: (종이 위에 자신의 책상 위 물건 배치를 그리면서) 이건 뭐구요, 저건 뭐할 때 쓰는 거지요. 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있었군요. (쓱쓱)

인터뷰어: 그 다음엔요?

회사원: A4 이면지를 한 장 꺼내어서는…… 오늘 할 일들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죠.

(얼마 후)

인터뷰어: 실제로는 메모를 많이 하시네요?

회사원: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사 람들이 서점에 얼마나 자주 가는지 궁금하다면, “사람들은 서점에 얼마나 자주 갈까요?”라고 묻기보다, “당신은 서점에 얼마나 자주 가시나요?”가 더 낫고, 그것보다는 “당신은 이번달에 서점에 몇 번 갔나요?”가 더 진실에 가까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궁금한 것의 경계 바로 밖에 있는 것들을 물어보는 것도 종종 의외의 가치있는 정보를 줍니다. 예를 들면 지난 번에 서점에 가기 전에는 뭘 하셨어요? 서점을 나와서는 어디로 가셨어요? 등등

기획자가 사용자에게 쉽게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제품/서비스가 있으면 좋으시겠어요?”인데, 이것 역시 그렇게 효과적인 질문이 못됩니다. 대신 뭔가 최근에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걸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혹은 반대로 매우 불편한 경험을 듣거나요. 사용자가 만들어 달라는 대로 만들어 줬다가 “어 미안해요, 써보니까 이거 별로네요”하는 답변 들어본 경험 많으실 겁니다.

이 런 행동 설명 질문은 구인 면접이나 사용자 연구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넓은 영역에 적용가능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고 배우고 싶다면 행동 설명 질문을 해보세요. 더 유용할 뿐만 아니라 더 재미있습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포함합니다. 자신에게 행동 설명 질문을 해보는 것으로 자신이 의식적으로 모르던 사실을 캐내어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예를 들어 자신이 기획자라면 스스로에게 행동 설명 질문을 해보는 것으로 많은 제품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어제 내가 Y문고에 가서 뭘했더라? 맞아.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검색대를 찾으러 갔지. 그러고는? …”

쉽게 수긍할 수 있고 또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좋은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이 질문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습관과 훈련이 안되어 있다면 한동안은 질문하면서 항상 머리속에 상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해보면 곧 느끼실 겁니다. 그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김창준

열심히 공부하지 마세요.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로 기억합니다. 저는 보통 학생들과 다름없이 밤 늦게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집과 가깝게 지내던 모 대학의 영문학과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미국인이고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고 SF 소설 팬인데다가 유머러스하기까지 해서 저랑 죽(?)이 잘 맞았습니다.

책상에서 왼쪽에 책 펴놓고 오른쪽에 연습장 펴놓고 공부하다가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나 봅니다. 책상 위에 엎드려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물론 오른팔을 필기하던 자세 비슷하게 벌려놓고요.

그 교수님이 그 동안 저희집에 다녀갔나 봅니다.

잠에서 깨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어, 그런데 펼쳐진 연습장에 중앙에 제 글씨체가 아닌 게 뭔가 씌여 있더군요.

Don’t study hard.

어 라라! 열심히 공부하지 마라? 저는 무척 놀랐습니다. 누구야? 아, 맞다 교수님이 다녀가셨나보다. 장난을 치신 거로군. 저는 그냥 무시하고 빈 여백에 글자를 쓰며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연습장이 다 차서 다음장으로 넘기자 마자 또 다시 보이는 교수님의 글씨! 에이 또 뭐야!

Study well.

아아아! 절묘하게 두 개의 문장이 시차를 두고 절 찾아온 것입니다. 머리 속에서 범종이 울렸습니다.

앞 페이지에 적힌 Don’t study hard의 의미가 이젠 다르게 해석되었습니다. 동시에 Study well도 독자적 의미가 아니고, Study hard와 댓구를 이루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더군요.

Don’t study hard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하지 마라, 혹은 힘들게 공부하지 마라.

Study well도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well을 방법적인 면에서 보면 “공부 자체를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라”. 결과적인 면에서 보면 “어쨌거나 공부 잘 해라”.

이에 대해서 그 교수님과 다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아마 저는 충분히 의미가 통했다고 생각을 했나봅니다.

교수님의 don’t study hard; study well은 그 때 이후로 저에게 아주 중요한 명언이 되었습니다. 화두라고 할까요.

우 리는 문화적으로 뭔가 효과적으로 해보려는 노력을 천시하고 그냥 어려워도 힘들어도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것을 더 쳐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밤새도록 코피 터져가면서 공부했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은 잘했다고 칭찬을 받고 가치 평가로까지 이어져서 인간성도 훌륭하다고 인정 받습니다. 반면에 놀아가면서 쉬엄쉬엄, 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며 공부했다는 아이는 요령 피운다고 하거나 재주를 너무 믿는다는 식으로 그 아이의 노력, 성과, 인성 모두 깎아 내리기 일수입니다.

하지만 저는 늘 공부하면서 study well을 고민해 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콜라병을 따면서도 “어떻게 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날까”라는 유행어를 남발하던 시절처럼 말이죠. 그래서 결국 지금 일까지 연결되고 있나 봅니다. 지금은 조금 확장해서 don’t work hard; work well을 고민합니다. (물론 study well도 여전히 중요한 화두입니다.)

일에 대해서는 오래된 격언이 있습니다.

It’s better to work smart than to work hard.

소프트웨어 공학의 스타, 스티브 맥코넬은 쾌속 개발에 대한 10가지 미신이라는 제목의 발표자료에서 말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격언을 다음과 같이 바꿨답니다.

It’s better to work smart and hard.

아마존은 거기에 한 수 더 했습니다.

It’s better to work smart and hard and long.

그러면서 왜 이 전략이 멍청한 결과를 내는지 설명하며, “Work smart, not hard”는 여전히 유효한 말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우 리 욕심은 끝이 없죠. 많은 회사는 직원들이 똑똑하게 일하면서 열심히, 그리고 오래 일하기를 바랍니다. 열심히나 오래 일하기가 생산성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한 발 물러서서, 열심히나 오래가 똑똑하게 보다 생산성이 못하다고는 해도 뭔가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음의 생산성(negative productivity)이란 것이 있습니다. 일을 많이 하다보면 어느 순간 실수를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지식 노동에서는 그 실수를 나중에 찾아내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스티브 말에 따르면 평균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비용(시간, 인력 등)의 40%에서 80%를 이런 실수(결함, 즉 버그가 되겠죠?)를 잡아내는 데에 쓴다고 합니다. 과다하게 업무를 하다보면 debug(버그 제거)가 아니라 자기도 몰래 enbug(버 그 삽입)를 하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음의 생산성이 됩니다. 즉, 내가 한 시간 일하면 프로젝트는 열시간 할 일이 늘어납니다. 왜 일대일로 시간이 대응되지 않냐구요? 적어도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결함 삽입에 걸리는 시간과 그걸 고치는 데 걸리는 시간에는 막대한 차이가 있으며, 결함 직후에 바로 고치면 몰라도 그 시기가 늦춰지면(즉 나중에 결함을 발견하고 수정하려고 하면) 통상 비용이 50배에서 200배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되게 일하는 것이 인지적으로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바로 생각나는 것은 일이 많아지면 잠을 적게 잘 것이고, 학습과 고도의 지적활동에 수면이 차지하는 위상(최근의 연구들을 통해 수면의 중요성은 훨씬 더 높아졌습니다)을 생각해 볼 때 분명 큰 문제가 있을 겁니다. 몇가지 연구를 인용해 보죠.

The reaction time of residents who had just finished a month of heavy work schedules was 7 percent slower and they committed 40 percent more errors than when they were on a month of light schedules,

Wake Up, Doc: Lack Of Sleep Affects Young Doctors Just Like Alcohol Does

장시간 일하는 레지던트들에 대한 연구입니다만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연구들을 잘 정리해 놓은 글도 있습니다. Why Crunch Mode Doesn’t Work: 6 Lessons

XP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인 론 제프리즈(Ron Jeffries)도 이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A common effect of putting teams under pressure is that they will reduce their concentration on quality and focus instead on “just banging out code”. They’ll hunker down, stop helping each other so much, reduce testing, reduce refactoring, and generally revert to just coding. The impact of this is completely predictable: defect injection goes way up, code quality goes way down, progress measured in terms of net working features drops substantially.

Impact of Overtime on Productivity

다음은 좀 자극적인 결과입니다.

After 17 to 19 hours of staying awake — a normal working day for many people — reaction times are up to 50 percent slower than they are after drinking alcohol …… The effects of fatigue are thought to play a part in almost two-thirds of the road accidents in the United States, say the authors. Extended working hours, shift work, and lifestyle choices are likely to decrease the amounts of sleep we have, they conclude. The effects, which are likely to be cumulative, pose a serious risk to safety, they say.

Long Working Days With Too Few Hours’ Sleep Slow Responses As Much As Alcohol

여러분 중에 음주 코딩 하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것이고 그걸 회사에서 허락하는 곳은 더 드물 겁니다. 그런데 “밤샘해서라도 일해라”고 시키는 회사는 사실 “술 먹고 코딩해라”고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음주 코딩이 있나 하면 마약 코딩도 있습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우는 방법 중 하나가 멀티 태스킹입니다.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죠. 그 결과는?

The study, carried out at the Institute of Psychiatry, found excessive use of technology reduced workers’ intelligence. Those distracted by incoming email and phone calls saw a 10-point fall in their IQ – more than twice that found in studies of the impact of smoking marijuana, said researchers.

The Multi-Tasking Myth에서 재인용

멀티 태스킹, 멀티 프로젝트의 병폐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다음 링크를 참고하세요.

(멀티 프로젝트의 문제에 대해서는 차후에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켄 트 벡은 XP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인간성과 생산성 모두를 높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더 고되게 일한다거나, 더 오래 일한다는 말은 없습니다. 조직은 더 바쁘게 일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바쁘게 일하는 것보다 빠르게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faster, not busier). 또한 빠르게 일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가치를 더 일찍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more value sooner, not faster). 더 바쁘게 일하면서 결과 가치는 더 떨어지는 예는 TOC(제약 조건 이론) 관련 서적(더 골을 추천합니다)을 보시면 쉽게 납득하실 겁니다.

류한석님은 젊은 시절 자신의 책상 앞에 “work smarter, not harder!”라는 말을 붙여놓고 있었다고 합니다. 뭔가 더 일을 잘 해보려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화두를 갖고 사나 봅니다.

–김창준

파업도 할수없는 진짜노동자 새벽 인력시장일꾼들

“파업도 할수없는 인력시장 일꾼들”

소도 어덕이 있어야 등비빈다는 말이

실감케하는 새벽 인력시장—
일거리 없으면 그날 하루 공치는 인생
불평보다 일거리 많은날을 기다린다

인력시장 그것도 꼭두새벽 4시40여분
모인사람들이 메뚜기떼 같다해서 스스로
붙어버린 이름 인력시장 일꾼들–

많을땐 2~3백명씩 모였다가 일거리얻어
팔려가고 일거리 못얻은 메뚜기들은
오야지와 소주잔 나누면서 내일 일거리

눈도장찍는다 일자리를 못얻은 사람들은
다시집으로 가야한다 이 사람들은 파업
을 하고싶어도 파업을못한다 상대가없다

언젠가 새벽인력시장 인부들이 모두팔려
간적이있었다 그것은 밤새껏 파업을하다
협상이되어 해산한장소를 정리작업하러–

인력소장은 그들을보내놓고 쓰게웃으며
혼잣말로 진짜노동자가 가짜<?>노동자들
똥치우러 간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노동자의 힘~! 고함치고 시위하고–
그런노동자에게 비하면 인력시장 노동자
는 노예급 노동자 신분임에 틀림없다

아무힘도없는 새벽 인력시장의 노동자들은
그래도 오야지 눈치를 살필뿐 할수있는
불평은 제기럴 소리뿐이다 진짜노동잔데–

어이~! 배부른 소리 말고 일자리나 만들소
아파트값 오른건 좋은데 우리도 일좀하세
소주한잔 얼큰해진 메뚜기의 푸념이다

– 2006-12-07 : qkrxpdns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