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른일곱의 남자랍니다.아직 결혼은 안했고 뭐 평범하다면 평범한 사람이지만 살아온 과정은 그닥 평탄친 않았네요.

이런 글 안올려도 되지만 그저 그냥 하소연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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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조그마한 사업이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아쉬운 소리 안하고 지금껏 잘 살아왔습니다.

어디가서 돈 빌려본 적 없고 늘 친구들이나 후배들, 사람들 만나면 술값내고 부족함 없이 살아왔었죠.

문제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저축을 많이 못한게 문제였습니다.

솔직히 요즘 대한민국 직장인들,다들 힘드니까 그저 먹고 사는것만해도 감사해야하겠지만.

부모님 사업도 꽤 괜찮게 되고 있어서 아마 그거 믿고 이렇게 살았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몇 년전 아버지 사업이 갑자기 부도가 나면서 집안이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했죠.

뭐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먹고 사는데에는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씀씀이가 줄어들었을 뿐,

그런데 작년에 거래처에서 어음을 부도내면서 하루 아침에 회사가 없어지고 제 아파트까지 처분하게 되면서 비극이 시작되더군요.

사업이란게 크든 작든 오르막길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하는거니까 그래도 젊은 나이에 포기하면 안되겠다 싶어 부지런히 뛰어봤지만 뜻대로 안되더군요.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생전 그런 얘기 안하던 제가 자존심 굽히며 부탁을 했지만 돌아오는건 아무것도 없이 오히려 제 소문만 안좋게 돌더군요.

하물며 전에 저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조차 나 몰라라 모른척 하더군요.

올 4월, 완전히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모든걸 정리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렇게 아무것도 안남는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저 멍하니 넋 나간 사람처럼 몇 달을 지냈죠.

그러다 부모님을 보니 이래선 안되겠다 싶더군요.

어차피 결혼도 안한 몸이라 딸린 식구도 없겠다 싶어, 무작정 모 지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13만원인가 있었죠.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정말 공사장 막일이라도 해야겠다 싶은 심정으로요.

서울에서도 물론 할수 있었지만 차마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그저 지방으로 갔습니다.

돈도 없고 하니 잠은 찜질방에서 자고 밥은 하루 두 끼.

젤루 싼 곳을 찾아 이천원 정도에 해결하면서 아침 인력시장을 출근하다시피 갔습니다.

사투리도 안쓰는 외지인인라 어디는 아예 쓰지도 않고, 암튼 3일을 잡부로 나가서 소개비 빼고 오만오천원 씩 십육만 오천원을 벌었습니다.

그날 혼자 이천팔백원 짜리 삽겹살을 구워 먹으면서 흐르는 눈물은 어쩔수가 없더군요.

설사가 나서 평소엔 즐겨먹지도 않았던 그 삼겹살.

어딘지도 모르는 외지에서 혼자 이렇게 먹게될지는 정말이지 꿈에도 상상 못했었습니다.

그나마 그 일도 그 이후론 끊어지고 지역정보지와 인터넷으로 일자리를 수도 없이 알아봤지만 나이 제한에 지역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고,또 길게 일할 사람이 아닐것 같다란 생각에 그 흔한 편의점 알바 자리도 구하질 못해ㅆ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수중에 있는 돈도 거의 떨어지고…

돈 아낀다고 5천원 짜리 형편없는 시설 찜질방에서 자니 등은 담이 결리고 어떤 날은 다음 날 잠잘 돈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해 찜질방 한 쪽 매점에 있던 달걀 세 개를 훔쳐먹고는 소리 없이 울곤 했습니다.

하루 종일 먹은게 고작 달걀 세개라니.

그때도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은 굴뚝 같았습니다.

적어도 집에 가면 밥은 먹을수 있는데.

그래도 적어도 내가 할수 있다는 의지 정도는 보여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은행 4군데 잔고를 몽땅 털어보니 만오천원도 안되더군요.

그 은행 네군데 찾느라 두 시간 이상을 걸어다니고.

그 날 역시 일자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할수 없는걸 알게 됐을때 어쩌면 그렇게 세상이 매정하던지.

역시 찜질방으로 돌아왔는데 돈을 내고나니 이천원도 안남더군요.

그 날 역시 달걀 세 개.

전에 훔쳐먹고 난 후 주인이 눈치를 챘는지 퇴근도 안하고 연장 영업을 하더군요.

천원 주고 세 개를 샀습니다.

구석에서 생수와 함께 먹는데 정말 아무 생각 안나더군요.

담배는 사람들한테 하나 씩 얻어피우고.

그런데 의외로 장기 손님들이 꽤 있더군요.

대부분이 막일이나 화물차 운전자들이더군요.

다음 날 24시간이 되어서 나갈 시간이 됐는데 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 있고 여기서 나가면 정말 노숙자 밖에는 안되겠다 싶어 일단 하루 더 머물렀습니다.

다행히 전화기는 밀린 요금이 있었지만 통화는 할수 있더군요.

다시 한 번 자존심 구겨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차비만 부탁을 했지요.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고.

20통 이상의 전화를 했지만 돌아오는건 전부 없다란 말뿐이었습니다.

세상에 직장 다니는 놈들이 돈 오만원이 없다라는게…

그때 다시금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없는게 아니라 주기 싫은 거구나…

나한테 몇백만원 씩 빌려갔던 놈들도 그렇게 차갑게 돌아서는걸 느끼며 정말 결심했습니다.

언젠간…정말 언젠간 내 지금 받았던 이 수모, 전부 다 돌려주겠다 하구요.

꼬박 하루를 뜬눈으로 지새다 다른 친구 몇 명에게 참 부끄럽게도 오만원만 보내 달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답은 하나도 없더군요.

서러워서,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나 그 생각에 서러움이 온 몸을 감싸더군요.

일단은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란 생각이 들면서 정말 어찌어찌해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업주분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만…

그렇게 나온 새& #48340;길을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최대한 그곳과 멀리 멀리…

혹시나 날 & #51922;아오지는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서요.

한참 걷다보니 어느새 아침이더군요.

다리도 아프고 길에 주저 앉았습니다.

정말 노숙자가 따로 없더군요.

길에 있는 담배 꽁초를 주워 피면서 차라리 담배나 끊을걸 이런 추접스런 모습을 보이다니 하며 또 한숨만 지었습니다.

그러다 정말 마지막으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문자를 보냈던 친구 중 하나.

출근 준비하나보더군요.

문자 못본줄 알고 사정을 애기하자마자 돈 보낸지가 언젠데라고 하는겁니다.

친구가 십만원을 문자 받자마자 보냈는데 전화를 못했다며…

더 필요하냐구…

그 친구하고는 평소에 자주 만나지도 못했던 미안한 친구였는데…

고맙다고,정말 잊지 않을거라고 얘기하니까 오히려 더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큰돈은 못해주지만 어느 정도 더 필요하면 지금 보내준다는걸 괜찮다 하면서 끊었습니다.

밥을 몇 끼를 걸렀는데도 배고프단 생각은 안들고 그저 눈물만 흐르더군요.

그렇게 버스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우등요금이 아까워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 일반으로 타고, 오랜만에 따뜻한 밥도 한 끼 사먹고.

버스 안에서도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수가 없더군요.

지난 두 달이 채 안된 그 시간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떠올려지며 그렇게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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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뭐하냐구요?

직장 나간지 한달 이 조금 안됐네요.

직장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수산시장에 밤늦게 나가서 아침까지 일을 합니다.

시간에 비해서는 몸은 좀 피곤하지만 보수는 괜찮은것 같아요.

요즘은 삼겹살도 잘 먹습니다.

집에 있으니 잠자리와 밥 걱정은 안하니까요.

인생역전, 그런건 없더군요.

복권을 3주 째 천원짜리 하나만 사는데 지난주에는 4등인가요?

그게 되어서 4만원 가량 받았는데 너무 기분이 & #51327;더군요.

그렇게 소중한 값어지란걸 모든걸 잃고나서 알게 되니 나란 사람, 참 어리석은 사람인것 같습니다.

모른척하고 등돌렸던 그 친구들은 여전히 연락을 안합니다.

20년이 넘은 우정이 결국엔 깨지게 된건데 후회는 없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정말 진실된 내 편이 누군지 알게 됐으니까요.

그걸로 족합니다.

빌릴 때는 당연시하며 빌렸던, 또 저도 아무런 꺼리낌없이 빌려주었던 그때의 그 친구들.

막상 내가 손을 벌리니 나 몰라라 하는건 그냥 그렇게 생각하렵니다.

세상이 힘들어서 그런거지 이 친구들이 나쁜 친구들은 아니다라고.

다 잊기로 했습니다.

용서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저 마음 속에서 다 털어버리고 열심히 살 생각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올 내 성공을 꿈꾸며 전처럼 그들을 대하지 못할 거란것도 다짐해봅니다.

하루 달걀 세 개로 끼니를 때웠던 그날들을 기억하며 오늘도 힘차게 근무지로 향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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