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살짝 진행하던 번역 프로젝트가 있었다. IT 영문 기술 서적 번역이었고, 번역이 완료되면 역자에 당당히 내이름이 새겨질예정이었다. 책 제목은 [The Practice of Cloud System Administration] 클라우드 관련 기술 서적이었다.
영어 실력도 늘리고, 돈도 벌고 일석 이조의 일이라고 생각해서 일을 맡았고, 자신도 있었다. 한국에 계시는 다른 엔지니어 분 한분과 같이 둘이서 진행하는 공동 번역 작업이었다.
하지만… 어제부로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잘 나가는 듯 싶었으나, 점차 진행이 늦어지면서 차일 피일 날짜만 끌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이야기를 했다. 어제 선금으로 받은 계약금을 다시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하고, 종료했다.
한 3 ~ 4개월 정도 붙잡고 있다가 종료한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방금 메일을 확인해보니, 1월 20일 경 부터 시작했었다. 참 오래도 붙잡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동안 회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항상 이 번역 작업에 대한 숙제가 생각났었고, 실제로 번역을 하는 날보다 안하는 날이 더 많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실, 번역작업의 난이도가 올라가면서(3장 이후..) 정말로 번역 속도가 엄청나게 늦어졌다. 문장 하나하나가 이해가 안되고, 문맥에서 뜻하는 의미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였다. 비록 클라우드 관련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IT 에서 개발자로서 경력과 나름 꾸준히 클라우드 쪽으로 관심으로 가지고 지속적으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터무니없이 빈약한 지식이었고,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다.
진작에 결론은 나 있었는데, 다른 미련때문에 쉽게 그만두지 못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미련이란 것이 정말로 쓸데 없는 것이었다.
다른 공동 번역자님에게 묻어가려는 욕심, 내 이름이 적힌 책 출판에 대한 욕심, 투자한 시간, 어떻게든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자만심.
이쯤되면 미련이 아니라, 범죄 수준일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든, 공동 번역자님과 상의하여 같이 그만 두는 걸로 이야기를 하였고, 생각을 정리하여 편집자님께 메일을 전달드렸다. 약 반년 가량 끌었던 작업의 종료는 단 일주일 정도로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과 범위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일에 욕망이 정말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날들이었다. 포기 메일을 전송하면서 모든것을 떨쳐버리려고 했으나…. 많은 아쉬움이 남았고, 아직도 미련이 조금 남은 듯 하다.
하지만, 이번일로 다시한번 놓아주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은 듯 하다. 그리고, 비록 이번엔 실패로 끝이났지만, 또 언젠가는 다시한번 비슷한 일을 하게 된다면, 이번보다는 훨씬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