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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에서 일어난다.

겨우 이틀 걸었다고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찜질방내 PC방에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업로드한다.

컴퓨터에 동전을 넣고 부팅을 기다린다…??어? 컴퓨터 고장이다. 500원이 날아간다.

다른 컴퓨터에 동전을 넣고 사진을 업로드한다. 아까운 500원…

휴대폰의 메모리가 많이 남는다. 다행이다.

가만히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이내 다시 누워본다.

‘이곳 찜질방에서 그냥 남은 휴가를 다 보내버릴까??’

어림도 없는 생각이다.

아침 목욕을 하고 옷을 입고 이제 다시 길을 떠나본다.

순천찜질방을 떠나기전에….

찜질방을 나와 길을 물어 버스를 탄다.

어제 힘들어서 택시를 탄 지점까지 간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이다.

길을 물어 광양으로의 방향을 잡는다.

다음 예정 목적지는 일단 광양이다.

광양에서 다시 방향을 잡아 나아가기로 한다.

순천을 빨리 벗어난다.

발걸음에 힘이 붙는다.

한창 길을 걸으니 배가 고파온다. 그렇구나…아직 아침을 안 먹었구나…

어제의 일을 교훈삼아 이번에는 꼭 볶음밥을 먹어보기로 한다. 만약 볶음밥이 안되고 자장면만 된다면 절대 먹지 않으리…

중국집에 들어가 볶음밥을 주문하려니 아직 준비가 안됐단다. 너무 이른시간인가…

나중에 먹기로 하고 계속 걷는다.

광양으로 향하는 표지판을 확인하고 걷는데 이상한 글자가 더 적혀있다.

‘ 순 천 교 도 소 ‘

맞다…순천에는 교도소가 있었지..

운이 좋다면 가는길에 교도소도 볼수 있을것 같다.

…어쩌면 중간에 사고쳐서 바로 직행할수도 있겠다.

도로옆으로 점점 건물들이 띄엄띄엄해진다. 아마도 얼마후면 건물보기가 힘들어지겠지. 늦은 아침을 먹기로 한다. 조금만 더 걸으면 밥먹기도 힘들어 질테니..

일부러 약간 서민티가 나는 식당에 간다.

“백반한끼에 얼마에요?”

“6천원.”

이런….비싸다. 무작정 4천원으로 해달라고한다. 지금 사정이야기를 한다.

아주머니…웃으시더니 단번에 O.K

기분 좋다~.

맛있는 전라도 백반이다. 조금도 남기지 말자.

아침식사

자세히 보면 밥공기가 2개다.

힘내라고 한개 더 넣어주셨다.

잘 먹겠습니다!!

아침을 먹은 식당

고맙습니다.

밥을 먹고 나온다. 광양으로의 방향이 애매하다. 길가에는 사람도 안보인다. 어쩐다..

눈에 어떤 건물이 들어온다. ‘소방서’

단번에 들어가 길을 물어본다.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신다. 약도까지 그려주신다.

고맙습니다~.

약도를 따라 걸어가다가 또 재미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염소다.

메모장 종이를 찢어 염소에게 주어본다.

이녀석 겁먹었다. 나를 경계한다.

계속 종이로 꾀어본다. 몇번인가 주춤하더니 이내 종이를 받아먹는다. 종이를 먹으면서도 나를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맛있니?

계속계속 걸어간다. 저멀리 광양이다.

점심때쯤이 넘어서 광양에 도착했다. 너무 빠른데??

조금 느긋하게 광양을 둘러보기로 한다…둘러본다고는 해도…다음목적지로 향하는 도중에 둘러보는 것이다.

장도박물관….이 눈에 들어왔다. 날씨도 더운데 에어컨 바람이나 쐬기로 한다.

장도라고 해서 길다란 검들을 전시해놓을줄 알았다.

하지만그건 내 착각.

광양 장도 박물관

나전칠기장도

박물관안에는 우리가 흔히 ‘은장도’라고 말하는 그런류의 칼들이 있었다.

….그게 전부 수제품이었다.

장인의 손길이 장도 구석구석에 배여있었다.

러시아 카모프 헬기.

꼬리날개에 프로펠러가 없는 대신에

로터가 두개 달려있다.

그런데..관리는 하는거니?

광양에서 본 재미있는 육교

이리저리 잘도 꼬여있다.

광양을 벗어난다. 다시 시골길…

인가는 간간히 눈에 들어오고 도로의 연속이다.

눈에 뭔가가 들어온다.

후다닥!!

도마뱀 GET!!!

정말 오랜만에 본다.

꼬리한번 길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갈 생각도 못했는것 같다.

이녀석 꼬리를 잡고 힘을 주면 똑,똑, 하고 끊어진다.

저멀리 어르신들이 새참을 드시는게 눈에 들어온다.

물도 있으리라. 가서 물을 좀 얻어본다. 흔쾌히 허락하시면서 새참도 함께 권한다.

반찬은 김치.

상관없다. 밥이 어디냐. 맛있게 먹는다. 정말 꿀맛이다.

잘먹었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다시 걸어가려니 뭔가를 쥐어주신다. 포도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조금더 걸으니 또 뭔가가 눈에 들어온다. 헛…이것은??

나….뭔가가 있는것 같다.

신이여!!감사합니다.

빙고!

돈을 줍고 또 걷는다.

신이난다. 온몸에 기운이 넘친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힘차게 걷는다.

물이 떨어진다. 근처에 주유소를 찾는다. 저곳에서 물을 받아야지.

주유소에는 큰 개가 있었다.

옛날 ‘래쉬’로 유명한 개…견종이 뭐였더라..생각이 안난다.

덩치가 엄청큰게 내 키의 반정도까지 올라온다. 운이좋아 이곳에서는 얼음물을 얻었다.

더운날 참 잘되었다.

저 멀리 개가 보인다.

시원~한 얼음물!

또다른 주유소

…우리나라에 주유소가 없었으면 나는 진작에 목말라 여행을 포기했을테다.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저녁은 아직 못먹은 상태….먹고 싶어도 식당이 눈에 안들어온다.

잠은 어디서 잘련지…

주유소가 눈에 들어온다. 물을 보충하고 길을 물어보자.

인상좋으신 아저씨께서 상세하게 알려주신다. 2시간정도 더 걸으면 역사가 나온단다.

잘됐다. 그곳에서 자야지.

항상 행복하세요!

계속 걷는다.

다리가 아파온다. 슬슬 한쪽다리 질질 끌기 시작한다.

오늘의 최종목적지는 옥곡. 그곳까지만 가자!

옥곡까지 5Km..

걷자!

우연히 발견한 오류마을

에러마을도 있을듯?

옥곡마을로 향하는 도중 멋있는 광경이 보인다. 담쟁이덩쿨…휴대폰에 손이간다.

찰칵!

사진에는 잘 표현이 안되었지만 100m가량

담쟁이덩쿨이 정말 멋지게 자라있었다.

해는 진작에 내려앉았고 하늘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목적지로 향하는 역사는 아직 소식이 없다.

혹시 길을 잃은건 아닐까?

어떤 마을 어귀에 어르신들이 나와계신다.

역사로 향하는 길을 물어본다.

왜 이 밤에 걸어서 역사까지 갈려고 하냐고 다시 물어보시길래 여행중이라고 간략하게 설명드린다.

하지만…목적지의 역사. 더이상 운영을 하지 않는단다. 큰일이다. 이를 어쩌나…

이때 그분의 말씀.

우리 회관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하신다.

회관에서 아무나 재워도 되는지 걱정이되서 사양을 한다.

하지만 어르신…막무가내다. 괜찮으니까 자고 가라고 하신다.

….이렇게 오늘하루가 해결되었다.

마을회관이 굉장히 으리으리하다. TV에 비디오에 냉장고에…없는게 없다.

마을 어귀의 어르신들은 교회로 가시고 나만혼자 회관에 찾아들었다.

불을 켜고 앉아있으니 이장님께서 오시더니 깜짝 놀라신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리니 저녁은 먹었냐고 물어보신다. 아직 안먹었다고 말씀드리니 따라오라고 하신다.

이장님댁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집이 굉장히 으리으리했다. 2층집….이었는데 이장님 아드님이 건축쪽 일을 하시는것 같았다. 집안 인테리어가 굉장히 으리으리했다.

이장님께 담보로 학생증을 맡긴다. 주민등록증을 집에 놔두고와서 신분증이 학생증뿐이다.

다음날 아침에 받기로한다. 이곳에서 샤워와 빨래를 해결한다.

생각지도 못한 Event다.

회관으로 돌아오니 교회에 가셨던 분들이 돌아오셨다. 이곳에서또 비빔밥을 얻어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도보여행 이야기를 하니 다들 이상한 눈으로 보신다.

그러다가도 이내 알아주시고 다들 웃음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윽고 잠을 잘시간…어르신들은 집으로 향하시고 홀로 한가로이 회관에 누워본다.

마을회관은 사방이 뚫려있다.

하지만 방충망으로 둘러쌓여있다. 바람이 여과없이 솔솔 불어온다.

사방에서는 시골소리들이 들려온다.

이런게 진짜 휴가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서울 한밤중 열대아….우스갯소리같다.

솔솔…..잠도 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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