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후배 지훈이랑 둘이 떠난 시모노세키-오사카 자전거 여행
힘든만큼 재미있었던 추억. 🙂
친구 수진이와 둘이서 떠났던 자전거 여행.
이번
여행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이별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다니느라 겪은 몸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이
들었다가도 이내 바로 이별하고,
또
이별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아쉬움이며 큰
슬픔이었다.
만나서
반가운 사람들도 이내 헤어져야 함을 느낄때 그것만큼
슬픈일이 있을까..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경치나
문화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이번
보름간의 필리핀 여행 기행문 중에서 이렇다 할 관광명소
같은 것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보라카이도
목적지가 아니라 가다가 들린 셈이다.
아니,
사실은
보라카이는 그냥 지나쳐 가려고 했었다.
결국
발은 디디게 됐지만 겨우 하루만에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그곳에는
우리가 평소에 만나왔던 필리피노들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곳을 이번 여행의 최악으로 꼽는다.
언제고
다시금 필리핀으로 여행을 갈 것이다.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조금은 성숙해 있을 것이다.
한층
성숙했던 모습으로 내가 만났던 이들을 다시한번 만나서
변화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때
당신과의 인연이 나를 이렇게 변화시켰노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여행 하나쯤은 추천해 주고 싶다.
어때요, 부럽지 않았나요?
한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이다.
아침부터
짐을 꾸려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근처
인터넷 카페에 가서 비행기 예약을 확인하고 여권과
다른 증명서들을 잃어버리지 않게 챙겨둔다.
하룻밤에 790페소.
자전거 조립중..
기다리던
3시가
되었다.
약속한
장소에 나가니 아직 안나와있다.
설마하는
마음에 호텔로 찾아가니 호텔입구에서 마주친다.
다행이다.
인원은
우리를 포함해 모두 11명.
좀
많은 인원이다.
다같이
어디를 갈까…궁리끝에
세부 산토니뇨 교회를 가기로 한다.
산토니뇨
교회는 1565년에
산토니뇨(어린예수)상이
발견된 곳에 세워진 교회이다.
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이며 인구의 대부분이 카톨릭인
필리핀에서 아주 중요시되는 교회이다.
세부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그냥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장소를
이야기했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웅장한 내부
예배를 드리는지 조용하다…
11명이
한꺼번에 지프니에 올라타니 무슨 전세버스같은
느낌이다.
교회에
도착하니 처음보는 교회 양식에 깜짝 놀란다.
흔히
보는 우리나라의 교회 모습이 아니라 Tv나
책으로만 보던 유럽의 교회같다.
정말로
이국적이다.(당연하다…)
다같이 모여 샷!
여기서도 샷!
바이킹 화이팅!
분수에 동전 던지기.ㅎㅎㅎ 태운이 긴장했다.
촛불 하나에 소원하나.
그렇게
한창동안을 교회 관광을 하고 밖으로 나와 할로할로(필리핀식
팥빙수)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다.
쉴새없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을 해주기 바쁘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한국에서의 생활과 연예인들에 관한 질문이다.
공대생인
나로서는 대답해주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할로할로는 우리네 팥빙수와 같다.
저녁은
근사한 뷔페집에서 먹기로 했는데 의외로 값이 싸다.
일인당
100페소
정도.
우리에게는
부담없는 가격이지만 미안한 표정이다.
괜찮다며
적당한 유머를 해주니 그제서야 웃는다.
꾸밈없는
모습이 참 순수하다.
뷔페집을 향하여!!
둘이서 오붓하게
저녁을
먹고 다가오는 작별의 시간.
내일
또 볼수 있냐는 말에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라고
하니 아쉬워한다.
우리도
세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준 그네들에게 뭔가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다.
조금만
더 이곳에 있고 싶은데,
왜
귀국 날짜를 이리 빨리 잡았을까..하는
뒤늦은 후회감이 몰려온다.
만남과
이별…
이런게
바로 여행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별만큼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니, 절대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다.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
헤어지기 직전… 이별이란.. (여담이지만 그때의 인연이 지금도 이어져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베큐와 술을 사서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긴다.
언제다시
먹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많이도 먹는다.
태운아 꼬치 안먹니?? 우리가 다 먹는다??
저걸 두명이서 다 먹었다. 한 6000원 정도.
호텔을
옮기기 위해 또다시 짐을 꾸린다.
2 주일정도
이런일을 반복하니 이제는 제법 능숙하다.
어제
찍어둔 호텔로 서둘러 향한다. 정말
넓은 방이다.
깨끗한것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뭔가가 후다닥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도마뱀이다.
벽과
천장 못올라
가는
곳이 없다.
잡고
보니 작고 귀여운 것이 우리나라 도마뱀과 판박이다.
앙증맞은
눈은 최고로 귀엽다.
잡느라 고생했다.ㅋㅋ
도마뱀을
놓아주고 어제 약속한 3시까지
시간이 남아 자전거를 분해하기로 한다.
호텔
매니저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대충
한국으로 귀국할 준비가 끝났다.
이제
제대로 된 세부 관광을 해보기로 한다.
필리핀식 간이 노래방
호텔의
위치는 다들 알고 있으므로 각각 떨어져서 세부 관광을
하기로 한다.
관광이라고
해봤자 근처를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 뿐이다.
다같이
어제본 대학생들을 만나 보기로 했으나 이상하게 4시가
넘어서도 나타나지 않는다.
다들
실망을 하고 돌아간다.
나만
좀 더 지켜 보기로 했다.
나도
기다리다 지쳐서 학생들이 묶는 호텔 매니저에게
도착하면 내가 왔었다고 전해달라고 부탁을하고 근처를
좀 더 돌아다니기로 했다.
이것만 있으면 당신도 제다이!
6시가
넘었을 무렵 다시금 그 호텔로 찾아가니 학생들이
돌아와 있었다.
미안하다면서
오늘 세미나가 늦게 끝나서 방금전에 돌아왔단다.
사실
어제 확언을 한것도 아니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내일 3시부터
6시까지
자유시간이니 그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한 것
뿐이었는데 나 혼자만 너무 들뜬것이다.
그네들도
진짜로 올 줄은 몰랐었던 모양이다.
얼굴에
약간 놀란 기색이 보인다.
실습에서
돌아와서 옷 을 갈아 입을 시간도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교수님의 호출이 왔다.
아쉬워하며
내일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우리가
묶고 있는 호텔 바로앞에서는 매일밤 야시장이 열리는
듯 하다.
7시
무렵부터 도로를 막고 시장이 들어설 준비를 한다.
도로
곳곳마다 불을 밝히며 상점이 들어서고 먹거리를 판다.
구수한
바베큐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곳 필리핀에서는 바비큐 요리가 일품이다.
값도
싸고 우리 입맛에 맞는 것이 냄새도 좋다.
한
사람당 배불리 먹어도 우리돈 3000원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술은 팔지 않는다.
노점상에서의
맥주 판매는 금지되어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언젠가 밤 늦게 맥주가 필요한 적이
있었다.
편의점은
보이지 않고,
가게는
문을 닫은 늦은 시각이었는데 노점상에게 가서 은근슬쩍
물어보니 조심스레 맥주를 건네주었다.
역시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다.